HSBC·노르디아·골드만삭스 등 '신시장' 선점
중개수수료 이외의 새로운 수익모델 나오고
다수 국가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업체도 등장
2015년 전까지 글로벌 P2P렌딩업계를 미국과 영국 업체들이 이끌었다면 2015년부터는 이 이외 지역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에 따르면 중국에서만 1000여개 업체가 운영 중이라고 한다. 한국도 2015년을 기준으로 업체가 늘어 현재 100개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초기 P2P렌딩 업체는 대부분 중개수수료를 주 수익모델로 운영해 왔으나 최근에는 중개수수료 이외의 수익모델도 나오고 있다. 렌더에 사전에 약정한 금리를 주고 차익분을 수취하는 모델이 나왔으며, 다수 국가를 대상으로 크로스보더 형태로 P2P렌딩 사업을 하는 업체는 ‘거래에 대한 중개수수료’ 이외의 ‘부가 수수료’ 등의 새로운 수익모델도 선보이고 있다. 해외 P2P렌딩 시장의 동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은행이나 대체투자 펀드들이 렌더로 참여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중개수수료 이외의 새로운 수익모델도 선보이고 있다. 단일 국가에서만이 아니라 다수 국가를 시장으로 삼아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2015년을 기준으로 새롭게 서비스하는 업체는 정보기술(IT) 쪽에 전문성이 있는 팀들이 창업을 한 경우와 금융과 특정상품에 더 전문성이 있는 팀들이 창업을 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IT 쪽에 전문성이 있는 회사는 기존 금융회사가 하지 않던 접근 방식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심리학을 활용해서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려는 시도, 개인의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 데이터를 분석해 유형별로 그루핑을 하고, 각 그룹의 특성을 가지고 신용평가를 해보려는 시도, 혹은 상점들의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금융과 특정상품에 전문성이 있는 회사는 기존에 부동산 시행업을 오랜기간 영위한 사람들이 초기 자금 마련을 위해 P2P렌딩 플랫폼을 오픈한 경우, 비상장 주식에 꾸준히 투자해온 업체나 이런 업체들과 협력관계인 업체가 보유 비상장 주식을 유동화할 목적으로 플랫폼을 오픈한 경우, 부실채권(NPL)에 투자하던 업체들이 자금 모집을 위해 플랫폼을 오픈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업체 중 누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이르다.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대출자에게는 대체하기 어려운 상품을 꾸준히 개발 운영하는 업체들로 거래가 집중될 것이라고 본다.
해외 P2P산업 동향은 초기 기존 은행과의 제휴관계에서 경쟁관계로 접어들고 있으나 한국은 경쟁관계보다는 협력과 제휴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고객군이 방대하고, 금융회사만 할 수 있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애초에 경쟁관계는 성립되기 어렵다.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규제개혁’의 열풍으로 새로운 핀테크 스타트업이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진다고 하더라도 기존 금융회사가 활동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성장하기 어렵다.
제도권 금융회사가 선뜻 진입하기 힘든 시장에서 신규상품을 발굴한다거나, 제도권 금융회사가 사업을 함에 있어 부분적으로라도 업무효율성을 높여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P2P렌딩 업체들이 제도권 금융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단기간에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은행들도 지난 몇 년간 보수적인 관점에서 산업을 조심스레 관망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P2P렌딩 업체들과 협업하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고 있다. 여기서 제도권 금융회사와 협업해 초기에 이들을 렌더로 영입하는 업체(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회사에 대한, 그리고 취급하는 상품에 대한 신뢰를 주어야 한다)가 급성장할 수밖에 없다.
금융사업에서 규모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규모가 커지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의 참여는 필수 조건은 아니어도 충분 조건은 되고도 남는다. 아직 국내 P2P렌딩 업체 중 기관투자가를 렌더로 가지고 있는 업체는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기관을 통한 투자금액은 외국계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P2P 렌딩 상품에 대한 투자는 아직 없다고 봐도 된다. 업계가 계속 성장하고 시장의 신뢰를 쌓아간다면 한국에서도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지난주 서술했듯이 ‘기관’의 한계로 인해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과거처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은 대부분 사라지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초기 단계 시장이긴 하나 P2P 렌딩 사업이 금융회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이미 해외시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우리도 이 업에 대해 ‘가능성’과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신현욱 < 팝펀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