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FOMC에 딜레마 빠진 한국은행…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미국 중앙은행(Fed)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막을 내리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Fed가 예상 밖으로 비둘기(통화완화) 스탠스를 취하면서 금통위에도 심경의 변화가 나타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Fed는 최근의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강세 및 대외 불확실성을 경계했다"며 "주요국의 통화완화 기조 및 브렉시트 등의 우려로 추가 금리인상까지는 많은 걸림돌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3월 FOMC회의 결과, Fed는 기준금리를 현행 0.25~0.50% 수준에서 동결했다. 경기에 대한 판단은 약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경제 둔화 및 금융시장 불안감을 반영하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연내 금리 인상 횟수는 4회에서 2회로 줄였다. 시장에서 기대한 금리인상 속도와 유사한 수준이다.

시장에선 금통위도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통화완화 기조에 동참할 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유보로 금융시장 불안이 당분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서다. 또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는 아시아권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국내에서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다만 일부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당장 금리인하를 단행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는데다 물가 상승 등으로 금리인하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금통위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부각될 수 있지만 내달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정성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며 "금리는 당분간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비둘기파적인 FOMC결과는 달러화 약세, 국제유가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 물가 수준이 상승하면서 금통위의 금리인하 명분은 옅어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내달 금통위원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는 점도 고려할 변수라는 지적이다.

안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볼 때 금통위원들의 임기 만료를 전후로 통화정책이 변경된 사례는 드물다"며 "금통위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지켜보며 연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