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장관직 제의를 받아들였다.

1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호세프 대통령을 만나 수석장관직을 맡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이로써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10년 말 퇴임 이후 5년여 만에 정치무대에 공식적으로 복귀했다. 수석장관은 브라질 정부조직법상 행정부처를 총괄한다. 정부 부처 간 정책 조율과 정부-의회 관계 중재, 정부-시민·사회단체 간 통로 역할을 하는 정무장관과 함께 사실상 국정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룰라가 수석장관을 맡은 것은 탄핵 위기에 몰린 호세프 대통령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자신을 둘러싼 사법 당국의 부패 수사를 비켜가겠다는 포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집권 노동자당(PT)의 아폰소 플로렌시 의원 연방하원 원내대표는 “룰라의 수석장관 임명은 브라질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공세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브라질에서 연방정부 각료는 주 검찰의 수사나 지역 연방법원 판사의 재판으로부터 면책되고 연방검찰의 수사와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주관하는 재판만 받는 특권을 누린다. 룰라는 남부 파라나 주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 판사의 지시에 따라 최근 부패 혐의로 연방경찰에 강제구인돼 조사를 받았다. 이어 상파울루 주 검찰은 법원에 룰라에 대한 예방적 구금을 요청한 바 있다.

수석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룰라는 정국 주도권 회복을 위해 주요 부처 각료를 교체하고 정치권과 재계의 비난을 받는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등 이른바 ‘판 갈이’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 호세프 대통령으로부터 연립정권 참여 정당들과의 정책 조율과 경제정책 수정에 대한 자율권을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제팀을 포함해 부분적인 개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경제정책도 성장률 제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연립정권에 참여하는 정당들은 룰라가 수석장관을 맡는 데 대해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한 정당 고위 관계자는 "이제부터 룰라의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된 것"이라면서 호세프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룰라는 노동자당과 함께 연립정권의 중심축을 이루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브라질민주운동당 내에서 룰라의 복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또 일부 야당은 룰라의 수석장관 취임을 막으려고 연방대법원에 해석을 요청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