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은 경기 괜찮다지만…전문가들 "낙관할 상황 아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국내 경기에 대해 잇따라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안이한 경기 인식이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경제 불안 심리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며 “최근 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9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긍정적인 경기 진단에는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호전된 미국 경기 지표와 최근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유가 등이 수출 회복 기대를 키우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세계 경제의 긍정적 신호가 수출 여건과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줄어들며 전달에 비해 감소폭이 축소됐다. 물량 기준으로는 11.2% 늘어나며 증가세로 바뀌었다. 소비도 개별소비세에 따라 출렁거린 자동차 부문을 제외하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낙관할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중국 경제 둔화가 가장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중국 정부가 ‘중속(中速) 성장’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업 일수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지난 1월 15.6% 줄었고, 지난달엔 16.2%로 감소폭이 더욱 확대되는 등 오히려 수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1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72.6%)이 6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도 부정적인 신호라는 지적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