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한 지 2년이 된다. 국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은 계약 후 2년이 지나면 '정규직' 또는 '무기간 근로계약 근로자'로 전환해야 한다. 김범석 쿠팡 대표. / 사진제공= 쿠팡
다음 달이면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한 지 2년이 된다. 국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은 계약 후 2년이 지나면 '정규직' 또는 '무기간 근로계약 근로자'로 전환해야 한다. 김범석 쿠팡 대표. / 사진제공= 쿠팡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이 '24시간 이내 배송'을 표방하는 '로켓배송'을 내놓은지 다음 달이면 꼬박 2년이다. 이 작은 전자상거래업체가 국내 유통·물류업계에 불고 온 바람은 꽤 컸다. 국내 굴지의 유통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배송혁신을 외쳤고, 경쟁사들도 물류센터 확보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소비자들은 '감성 배송'에 호평했고, 국내 택배회사들은 '면허 없는' 배송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로켓배송 2년. 어디까지 왔고 넘어야 할 산은 무엇인지 상, 중, 하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2일 쿠팡의 배송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놓고 택배회사들과 쿠팡 간 1라운드 소송전이 진행됐다. 택배회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로켓배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것. 결과는 '기각'이었다. 법원은 로켓배송이 가처분을 통해 금지시킬 만큼 긴박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으로 논란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로켓배송 위법성' 문제가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물류협회는 이달 중으로 본안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물류협회는 자체트럭으로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켓배송이 명백히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어기고 있는 만큼 위법의 소지가 분명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쿠팡이 이 같은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로켓배송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생존과 직결돼있다. 국내 소셜커머스 '빅3'인 쿠팡, 티몬, 위메프의 판매 상품 가운데 80%는 유사 품목이다. 이 때문에 차별화 포인트는 결국 배송에 있다는 게 쿠팡의 판단이었다. 현재 매출액 기준 이 업계 1위를 점하고 있는 쿠팡이 '위너 테익스 올(Winner takes all·승자독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다.

다음 달 '로켓배송' 2년…쿠팡맨 '해고'냐 '채용'이냐 기로

"한 회사의 대표가 사회에 약속한 사안입니다. 외주에 맡기던 배송 인력을 자체배송으로 바꿔 이들을 모두 '정규직'화하고 이를 통해 2시간 이내 배송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한 것은 한 마디로 '물류판'을 뒤흔드는 것입니다. 단, 실행할 수만 있다면요."

익명을 요구한 한 전자상거래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이 '혁신'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제는 이 같은 시도가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느냐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해 11월 향후 2년간 로켓배송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3만9000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3500명 수준인 쿠팡맨(배달직원) 수를 2년 안에 1만5000명 늘리겠다고도 했다.

신규 채용 3만9000명이라는 숫자는 국내 30대 그룹 전체의 고용 증가 규모를 웃도는 수치라 이같은 파격적인 발언이 물류협회와의 소송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당시 제기됐다. 기자간담회 날이 물류협회의 '로켓배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루 앞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실행 여부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맨(배달직원)의 연봉은 4000만원 가량이다. 쿠팡맨 5000명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2000억원의 돈이 필요하며, 쿠팡의 계획대로 올해까지 약 1만명의 쿠팡맨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4000억원이 소요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셜커머스 거래액(고객이 구입한 상품가액의 총합)은 약 9조원이며, 소셜커머스 평균 수수료율은 11.5%다(오픈마켓은 약 7.9%). 이를 적용해보면 지난해 소셜커머스 시장 전체 매출액은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소셜커머스 시장이 아무리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연간 수천억원의 배송비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 쿠팡맨 수는 지난해 기자간담회 당시 수준인 3500명보다 소폭 늘어난 3600여명 수준이다. 쿠팡은 또 이들을 6개월 단위로 심사해 비정규직인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바꿔주겠다고도 했지만 실제 정규직 전환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이면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한 지 2년이 된다. 국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은 계약 후 2년이 지나면 '정규직' 또는 '무기간 근로계약 근로자'로 전환해야 한다. 쿠팡이 2년 전인 2014년 4월에 채용한 쿠팡맨에 한해서는 이달 중으로 '해고'냐 '채용'이냐에 대한 결론을 내야하는 셈이다.

쿠팡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채용 심사 대상이 되는 쿠팡맨들은 이미 스스로 퇴직해 없는 것으로 안다"며 "6개월 단위의 공정한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로켓배송 안착 위해 추가 자금 필요"...대규모 적자說 등 '산 넘어 산'

자금난에 시달리던 쿠팡은 지난해 6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세계적 정보통신기업인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받았다. 투자방식은 신주 발행을 통한 증자에 소프트뱅크가 참여하는 형태로 알려졌다. 이는 2014년 5월과 11월 각각 미국 세쿼이아캐피털(1억달러)과 미국 블랙록(3억달러)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후 세 번째 대규모 투자 유치였다.

하지만 투자 유치 이후에도 자금 사정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이 돈으로 지난 몇 년 간의 적자를 메웠다. 쿠팡은 지난해 1200억원대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도 '4000억원대 적자설(說)'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업손실이 5000억원대'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물류센터 투자 등으로 적자폭이 대폭 늘어났다는 게 이유다. 이는 경쟁사인 티몬(영업손실 246억원)과 위메프(영업손실 290억원)의 지난해 적자규모를 열다섯 배 웃도는 수치다.

쿠팡은 현재 연내 완공을 목표로 9만9173㎡(약 3만평)의 인천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전국 물류센터도 8개에서 16개로 늘리기로 했다. 쿠팡은 전국 단위의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해 일산지역부터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해 '배송전쟁'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당분간 '자금압박설'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이유다.

또 손 회장으로부터 투자 받은 1조1000억원 중 상당 부분이 쿠팡의 모회사인 '포워드벤처LLC'에 투자한 기존 주주들의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자금으로 사용돼 실질적인 운영자금은 얼마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쿠팡은 2년 전 미국 세쿼이아캐피털과 블랙록 펀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이후 투자금 회수 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김 대표가 '고용과 물류 혁신' 등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사업 계획을 발표했지만 연말까지 쿠팡맨 5000명 채용 등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결국 로켓배송 안착은 물류센터 확보와 쿠팡맨 정규직화가 핵심인 데 추가로 대규모 투자유치를 하지 않는 이상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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