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산업단지 혁신, 4차 산업혁명 문 연다
‘제4차 산업혁명.’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핵심 주제였다. 로봇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과 3차원(3D)프린팅 등 미래형 기술로 산업 간, 기술 간 경계를 허물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에 세계가 주목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低)성장의 ‘뉴노멀’ 시대로 접어들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 역시 2~4%대의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 중국마저도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 경제도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내수마저 정체되면서 ‘저성장 덫’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5%나 감소하면서 ‘수출 절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수출 감소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제조업 경쟁력 약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딜로이트글로벌이 발표한 ‘2016년 제조업 경쟁력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2016년 5위에서 2020년 6위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으며 미국과 중국, 독일과 일본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도가 11위에서 5위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한다.

핵심 기술을 보유한 선진 강국들이 첨단 제조업 육성을 통해 경제 활력 회복에 주력하고, 신흥국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경쟁 상대로 부상하면서 한국 제조업은 ‘넛크래커’ 상황에 처하고 있다. 신흥국들이 개발한 첨단기술이 전 세계로 수출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도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제조업 기반의 3차 산업혁명에 성공했지만 산업단지 역시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인프라 노후화에 따라 기업 지원 기능이 저하되고 있으며, 열악한 근로환경 탓에 청년들이 찾지 않는 산업현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제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프라 구축과 생산조직의 혁신도 요구받고 있다.

이런 내·외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산업단지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노후 산업단지 정비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범(汎)정부 차원의 거버넌스를 구축했고, 전국 주요 거점산단에 혁신지원센터를 설립해 입주기업 업종 고도화와 신성장 동력 창출을 지원하게 된다. 하드웨어적 인프라만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의 역량과 창의적인 사고가 기업에 스며들 수 있도록 소프트파워를 강화시키고 있다. 산학 연관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창의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클러스터 사업도 10여년째 이어 오면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혁신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는 그간 추진해 온 노후 산단의 인프라 개선과 경쟁력 강화, 기업혁신 역량 제고,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과 노력을 재정비하고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창의적 기술의 융복합을 적극 지원하고, 연구기관과 대학이 보유한 우수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학술적인 연구 성과를 산업현장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구체화하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

기업성장 종합지원 플랫폼을 구축해 기관별로 산재해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단일 창구에서 지원함으로써 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하고, 스마트 산업단지 구축과 공장 스마트화를 통해 정보 인프라 확충과 생산성 향상을 지원해야 한다. 또 첨단 기술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출 품목을 육성하고, 수출 강소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 가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디지털 산업 경제를 선도하는 열린 공간으로 산업단지를 혁신해 수출 활력 회복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2016년 다시 뛰는 제조업의 해답은 산업단지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

강남훈 <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