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 ZTE·레노버·HTC까지 가세…삼성·LG 등과 쌍벽
'메이드 인 재팬' 몰락 뚜렷…소니만 그나마 체면치레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CES)에 이어 최첨단 모바일 기술 경연장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도 중국이 접수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의 재판이었다.

거침없는 '대륙 굴기'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마저 집어삼키려는 기세였다.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올린 'MWC 2016'의 메인 전시장, 3번홀은 참가업체들에 전통적으로 '노른자 땅'으로 불린다.

접근성이 가장 좋아 부스를 빌리는 비용이 제일 비싸서다.

올해 MWC에서 3번홀의 주인공은 삼성전자와 중국의 화웨이였다.

둘 다 3번홀의 정중앙에서, 그것도 가장 큰 규모로 부스를 차렸는데 쌍벽을 이루는 크기였다.

화웨이는 이미 수년 전부터 MWC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최근에 계속해서 MWC 공식 후원사로 뒷돈을 대 왔고 기업고객을 상대로 한 B2B관도 단연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삼성이 올해도 갤럭시S 시리즈 공개행사를 MWC에서 열고 최근 스마트워치나 가상현실 기기도 꾸준히 내놓은 탓에 그나마 작년 수준의 규모를 유지, 화웨이의 '독주'를 가로막은 셈이 됐지만 화웨이를 비롯한 밀려드는 중국 업체들의 기세에는 비할 바가 못 됐다.

3번홀에는 화웨이 외에도 중국 휴대전화 내수시장에서 꾸준히 5위권을 유지하는 ZTE는를 비롯해 모토로라를 집어삼킨 레노버까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만 3곳이 포진했다.

중국은 물론 글로벌 기준으로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도 여기에 살림을 꾸렸다.

중국 연합군은 아예 MWC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상하이 MWC' 부스마저 그 비싼 곳에 꾸려 오가는 관람객에게 무료로 음료를 나눠줄 만큼 인심도 후했다.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6번홀에도 중국 업체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CES 때 메인 전시장을 호령했던 TCL(알카텔)과 하이얼 등 중국 가전업체들은 이제 '모바일 제조사'로 변신해 있었다.

7번홀 초입에는 범 중국업체로 분류되는 대만의 HTC가 각종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로 진을 쳤다.

맞은편에는 똑같은 크기의 부스를 꾸리고 가상현실 기기 최신작 '바이브(VIVE)'를 시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KT 등 4곳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3번홀에 입주하면서 IT(정보통신) 강국의 체면은 지켰다.

반면,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도미노처럼 무너진 일본의 IT 제조사들은 전날 스마트폰 신작을 내놓은 소니를 제외하고는 올해도 3번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때 명성을 떨쳤던 히타치는 6번홀에서 빅데이터 분석·네트워크서비스 모니터링 업체로 이미 옷을 갈아입었고, 파나소닉도 같은 전시장에서 스마트홈 관련 기기 등을 선보이고 있었다.

7번홀 한쪽엔 프리텔(FREETELL)이라는 일본 스마트폰 제조사 하나가 특이한 전시 콘셉을 하고 있어 한눈에 들어왔는데 '메이드 인 재팬'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FREETELL made in Japan'을 내세운 이 업체는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 '무사시'와 일본 봉건시대의 무사를 뜻하는 '사무라이'를 브랜드화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전시했는데 디자인은 물론 스펙이라 불리는 사양도 1~2년 전 수준이었다.

그나마 최신폰은 풀메탈로 만들기는 했는데 뒷면 디자인은 영락없는 '아이폰 짝퉁'이었다.

(바르셀로나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