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서울대병원 연구…"아이 정서발달에 악영향"

산후우울증을 겪은 여성은 일반 우울증 여성보다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이 1.9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에 생기는 우울증으로 일반적으로 아이를 낳은 지 1개월 전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출산 후 산모의 10∼15%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의욕 저하, 불면증, 기분 저하 등의 증상이 두드러지고 아기에 대한 양육도 무척 힘들어하는 게 특징이다.

삼성서울병원(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홍진표 교수)과 서울대병원(정신건강의학과 조맹제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6년, 20011년 전국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참여한 여성 1만8천80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출산과 우울증 경험이 있는 여성 679명 중 산후우울증을 앓은 95명과 그렇지 않은 여성 584명을 비교했다.

이 결과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여성 중 75.5%가 성욕저하를 경험했다고 답한 데 비해 일반적인 우울증 여성은 이런 비율이 63.2%로 낮았다.

상대적인 위험도는 1.9배에 달했다.

우울증 증상이 없는 평상시에도 성욕저하가 지속됐다는 답변도 산후우울증 경험 여성이 37.6%, 일반 우울증 경험 여성이 27.1%로 차이를 보였다.

생리 시작 1주일 전부터 시작되는 '생리 전 기분장애' 위험도는 산후우울증을 겪은 여성(42.5%)이 그렇지 않은 경우(24.2%)의 2배에 달했다.

생리 전 기분장애란 생리 전에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화를 잘 내며 불면증, 의욕저하, 폭식증이 심해져서 일상적인 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과의 불화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여성에서 성욕저하와 생리 전 기분장애가 일반 우울증 여성보다 더 흔하다는 점은 산후우울증의 발생에 '출산 후' 또는 '생리 전'에 나타나는 여성호르몬의 변동성이 관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산후우울증을 겪은 여성의 알코올중독이 심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5명 중 1명꼴인 20%가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여 일반적인 우울증을 겪은 여성(11.6%)에 비해 상대적 위험도가 1.89배나 됐다.

전홍진 교수는 "산후우울증은 아이 양육을 방치하게 되는 원인으로, 엄마-아이 간의 애착관계 형성에 지장 줌으로써 산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정서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남편의 세심한 관심과 국가적 차원의 산후우울증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IISAD)가 발행하는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발표됐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