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시론] '공포의 균형' 밖에 없다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폭실험 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SLBM 포함 단거리 미사일 위협적
    '비대칭 전력'의 균형을 도모해야

    김열수 <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ysgold33@sungshin.ac.kr >
    [시론] '공포의 균형' 밖에 없다
    새해 들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전쟁을 준비하는 젊은 군주(君主)의 혈기와 오기만 보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 시작과 동시에 네 번째 핵실험을 단행했고 민족의 명절인 설날 직전에 여섯 번째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한 참관대까지 만들어 자신의 위상을 과시했다. 환호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 방영됐고 미사일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불꽃놀이도 이어졌다.

    북한은 이번 장거리 미사일을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발사체의 이름을 아예 탑재체의 이름인 광명성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2012년 12월 발사 때 발사체의 이름을 ‘은하 3호’로, 탑재체의 이름을 ‘광명성 3호’로 명명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는 북한이 ‘우주의 평화로운 이용’은 주권이라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북한의 이런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다 안다. 특히 얼마 전에 공개된 김정은 집권 초기 북한군 총참모장이던 이영호의 육성 강연 녹취록이 이를 증명해준다. 이 녹취록에서 이영호는 “인공위성 쏘아올린다는 게 로켓 무기나 같아. 그 로켓에 핵무기 설치하면 미국 본토까지 쏘지”라고 했다. 이영호의 말은 사실이다. 우주로 가면 인공위성이 되는 것이고 위성 탑재체 대신 핵무기를 실어 지구로 재진입시키면 핵미사일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탑재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이를 인공위성으로 가장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주에는 5000개가 넘는 인공위성이 떠다니고 있고 1년에 수백 개의 위성이 발사된다. 그러나 인공위성 발사를 금지당하는 나라는 없다. 북한만이 예외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관련해 현재까지 5개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들 결의안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비행체의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발사하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든 여기에 적용한 기술은 모두 탄도미사일 기술이다. 따라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도 금지 대상이다. 국제사회가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북한이 언젠가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북한은 네 번째 핵실험이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핵기술의 고도화를 달성하고 있다. 또 네 번에 걸친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으나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일단 우주 진입에 성공했다. 미국 알래스카와 서부를 넘어 동부의 워싱턴과 뉴욕까지 다다를 정도로 사거리를 늘리고 있다. 탑재 중량도 200㎏까지 무거워졌다. 몇 번의 실험만 더 하면 장거리 미사일에 1t 이하의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 핵탄도미사일이 개발된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보다 더 직접적인 위협이 있다. 북한이 갖고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이다. 북한은 150여기의 장거리 미사일뿐만 아니라 50여기의 KN-02 미사일(사거리 120㎞), 600여기의 스커드 미사일(사거리 300~700㎞), 200여기의 노동 미사일(사거리 1300㎞) 등 1000기가 넘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핵기술이 고도화하면 북한은 이런 중·단거리 미사일과 실험 중에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핵무기를 탑재할 것이다.

    한국으로선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과 SLBM이 훨씬 더 위협적이다. 여기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날 북한은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공포할 것이고, 한국은 북한의 핵 그림자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북한은 2016년 정초에 그날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북한과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4년 후 북한이 핵무기 실전배치를 선언하는 날이 오게 될까봐 두렵다.

    김열수 <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ysgold33@sungshin.ac.kr >

    ADVERTISEMENT

    1. 1

      [사설] '유럽의 병자'에서 재정 모범국으로 변모한 이탈리아

      이탈리아 의회가 지난달 30일 소득세 감세와 국방 예산 증액 등으로 올해 예산에 220억유로(약 37조원)를 추가하는 안을 의결했다. 주목되는 것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목표가 2.8%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예상치인 3.0% 수준보다 낮은 수치로, 유럽연합(EU)의 요구인 3% 이하 기준을 충족한다. 이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년 9.4%까지 치솟은 뒤 2021년 8.9%, 2022년 8.1%, 2023년 7.2%, 2024년 3.4% 등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2022년 10월 취임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복지 축소 등 과감한 재정 개혁을 추진한 결과로 평가된다.대표적인 것이 에너지 효율 개선 비용의 최대 110%를 세액공제해주는 ‘슈퍼보너스 제도’의 단계적 폐지다. 또한 저소득층 보조금도 선별적 지원으로 개편했다. 여기에 경기 회복으로 지난 4년간 2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세수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무디스, 피치 등 평가사들이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상향한 이유다. 이 덕분에 지난달 이탈리아와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차이는 0.5%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이탈리아 국채가 독일 국채와 대등한 평가를 받는 수준에 도달했다.이탈리아의 성공적인 재정 개혁은 멜로니 정부가 상·하원 과반을 확보한 정치적 안정 덕분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가 확장 재정을 추구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올해 예산은 작년보다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책정됐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2029년 말 국가채무가 GDP의 5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과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재정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가 희생돼서는 곤란하다.

    2. 2

      [사설] 美, 韓 정통망법에 우려 표명…외교 갈등 비화 막아야

      미국 국무부가 그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개정안을 승인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언론사나 유튜버 등이 고의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피해를 준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미국이 동맹국의 국내 입법 사안에 대해 이처럼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이 같은 내용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 하루 전 세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도 X를 통해 “표면적으로는 딥페이크 문제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기술 협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 법을 단순한 가짜 뉴스 규제가 아니라 자국 빅테크에 대한 차별적 비관세 장벽이자 ‘국가적 검열’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실제로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과 막대한 과징금을 규정하고 있다. 국내 언론·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구글, 메타, X 등 빅테크도 규제 대상으로 삼고 허위 콘텐츠 사전 차단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디지털 서비스 장벽 금지’ 정신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이 법이 한·미 간 통상 마찰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정보통신망법은 국내적으로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친여 성향 단체들조차 권력 감시를 위축시킬 ‘입틀막법’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을 정도다.

    3. 3

      [사설] 국빈 방문 직전에 '反日 동참' '하나의 중국' 압박한 中

      이재명 대통령의 4일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그제 조현 외교부 장관과 통화한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 장관의 발언은 정상회담 의제 조율 차원을 넘어 한국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으로 읽힌다. 그의 발언 요지는 한마디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빚어진 중·일 갈등 국면에서 중국 편에 서라는 것과 대만 문제에는 참견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일본의 일부 정치 세력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하며 침략·식민 범죄를 뒤집기 하려 한다”며 “한국 측이 역사와 국민에 책임지는 태도를 견지해 올바른 입장을 취하고 국제 정의를 수호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여기에는)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것이 포함된다”고도 했다. 정상회담을 하기도 전에 한국이 취해야 할 외교적 자세에 못을 박는 듯한 발언이다.2013년부터 10년 이상 중국 외교 수장을 맡아 온 왕 장관은 이전에도 한국에 대한 무례한 태도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2016년 이후엔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지속해서 문제 삼으며 “미국 장단에 흔들리지 말라”는 등 훈계 투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2023년엔 한국이 자주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며 내정 간섭에 가까운 말을 하기도 했다. 전형적으로 대국이 소국을 대하는 태도다.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중·일의 첨예한 대립에 이어 중국군이 대대적인 대만 포위 훈련을 한 직후 이뤄지는 것이다. 일본은 이에 따라 중국이 한·일 관계를 분열시키려는 의도를 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