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후하고 내기 즐기는 PGA 선수들 거액 현찰 소지
10대 선수와 내기 '논란' 미컬슨 "971만원 갖고 있었다"


필 미컬슨(미국)이 17살 난 호주 골프 신동 라이언 러펠스와 연습 라운드 때 내기를 했다가 거금을 잃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달궜다.

러펠스가 호주 일간신문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미컬슨은 내기에 지자 현찰 5천 달러를 건넸다.

그렇다면, 미켈슨은 당시 지갑에 현찰을 얼마나 가지고 있었을까.

답은 8천1천달러(약 971만원)이다.

100달러짜리 지폐 65장과 20달러짜리 지폐 80장을 지갑과 골프 가방에 나눠 넣어뒀다는 것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미컬슨이지만 1천만원에 가까운 현찰을 지니고 다닌다는 사실은 놀랍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은 대체로 지갑에 현찰을 두둑하게 넣고 다닌다.

PGA투어 선수들은 현찰을 챙기는 이유를 팁과 내기를 들었다.

돈을 많이 버는 PGA투어 선수들은 골프장에서도 팁을 많이 뿌리는 편이다.

또 그들은 화요일 연습 라운드 뿐 아니라 경기 때도 자기네끼리 돈을 걸고 골프를 친다.

미컬슨은 팁이 후하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내기 좋아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선수다.

미컬슨은 팁을 듬뿍듬뿍 집어주는 걸로 유명하다.

샌디에이고나 팜스프링스 지역 식당에서 팁으로 500달러씩 탁자에 놓고 가는 일이 흔하다.

작년 메모리얼토너먼트 때 라운드 도중 그늘집에서 핫도그 하나를 사고 팁으로 100달러를 준 적이 있다.

바클레이스 때는 아침 식사로 베이컨 두 조각만 먹고 나서 팁으로 20달러짜리 한장을 내놓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가 지갑에 지니고 다니는 돈은 300달러(약36만원)에서 500달러(약60만원) 사이로 알려졌다.

마크 오메라(미국)는 늘 지갑에 300달러 이상 채워넣고 다닌다고 했다.

골프 다이제스트 기자와 만난 날엔 752달러(약 92만원)을 갖고 있었다.

이런저런 자잘한 지출은 현찰을 선호하기 때문이란다.

오메라는 "팁을 신용카드로 줄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어니 엘스(남아공)는 700유로(약 91만 원)쯤 챙긴다.

내기에서 잃으면 즉석에서 돈을 주려고 현찰을 지닌다.

그는 "돈 잃은 선수한테 지금 당장 돈이 없으니 나중에 주겠단 소리를 들으면 나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애덤 스콧(호주) 역시 "300달러에서 400달러(약 48만원)은 챙긴다"고 말했다.

스콧 역시 현찰의 용처로 팁을 꼽았다.

그는 "큰돈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팁을 줘야 할 때가 많더라"고 말했다.

PGA투어의 '큰형님'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는 "500달러를 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 역시 팁도 주고 동료 선수들과 내기를 하는데 주로 현찰을 쓴다.

선수는 아니지만 골프 코스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300달러에서 700달러(약 84만원) 정도의 현찰을 꼭 지니고 다닌다고 밝혔다.

니클라우스는 150달러(약 18만원) 이하면 신용카드보다는 현찰로 지급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150달러 이하의 지출에는 물론 팁이 큰 몫이다.

현찰을 거의 지니지 않는 선수도 물론 있다.

제이슨 데이(호주)는 거의 빈손으로 다닌다.

데이의 아내 엘리는 "남편이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지갑에 단돈 20달러(약 2만4천원)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작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잭 존슨(미국)은 100∼300달러 정도만 갖고 다닌다고 공개했다.

그는 "캐디가 나보다 현찰은 더 많이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PGA투어 선수들과 비교하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들은 거의 '빈손' 수준이다.

리젯 살라스(미국)는 "10달러(약 1만2천원) 짜리 한장 뿐"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프로암에서 파트너와 내기로 딴 돈이다.

살라스는 현찰을 거의 지니고 다니지 않는다.

제시카 코다(미국)는 "지갑은 아예 로커에 넣어두고 갖고 나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지갑에 든 돈도 40달러(약 4만8천원) 뿐이다.

코다는 "PGA투어 선수들은 걸어 다니는 은행 같다"면서 "우리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평소 150달러(약 18만원) 쯤 지니고 다닌다는 모건 프레셀(미국)은 "웬만하면 신용카드를 긁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한 폴라 크리머(미국)도 200달러(약 24만원) 넘게 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다.

크리머는 "출출할 때 군것질을 하거나 더러 차에 기름을 넣는데 쓰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2013년 미국 잡지 '머니'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현찰로 200달러 이상을 갖고 다니는 사람은 11%에 지나지 않는다.

72%가 100달러 미만을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