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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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칼럼] 빈집](https://img.hankyung.com/photo/201601/AA.11196537.1.jpg)
서울 도심에만 빈집이 11만가구 이상이라고 한다. 종로구 사직동엔 한 집 건너 한 집일 정도다. 빈집은 붕괴나 화재 위험뿐만 아니라 범죄 장소로도 악용되기에 마냥 방치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갈짓자’ 행보의 재개발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재개발 활성화와 지역보존이라는 냉·온탕을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발 묶인 정비구역이 100곳도 넘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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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제대로 반영해 주택 정책의 기준점을 새로 정하고, 옛 도심 재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택 공급이나 신도시·택지 개발, 도시재생·정비 사업의 주체가 제각각인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고질적인 수급 불균형 숙제를 풀 수 없다. 일본에서는 빈집을 재해 대비 시설, 게스트하우스, 레지던스 등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우리도 일부 지역에서 대학생과 저소득층에 임대하거나 텃밭, 주차장 등으로 꾸미는 사업을 시작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문태준이 ‘둘 데 없는 내 마음이 헌 신발들처럼 남아’ 있는 곳이라고 묘사한 빈집. 그 아궁이에 쪼그려 앉아 방고래까지 따뜻하게 덥혀 줄 불씨를 새로 지필 수는 없을까. ‘오랜 후에 당신이 돌아와서 나란히 앉아 있는 장독을 보신다면, 그 안에 고여 곰팡이 슨 내 기다림을 보신다면 그래, 그래 닳고 닳은 싸리비를 들고…’라는 시인의 애틋한 노래처럼.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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