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혁신기구가 샤프를 인수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 미즈호은행과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샤프 주채권은행이 산업혁신기구가 제시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일본 가전산업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샤프를 대만 업체(훙하이그룹)에 넘길 수 없다는 일본 정부 의지가 담긴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산업혁신기구는 이달 말 산업혁신위원회를 열어 샤프 경영 정상화 세부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2009년 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해 출범한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는 일본 정부가 지분 95.3%를 보유하고 있다.

정상화 방안은 산업혁신기구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3000억엔을 출자해 샤프 지분 50% 이상을 취득한 뒤 중소형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떼어 내 산업혁신기구가 최대주주로 있는 또 다른 중소형 LCD 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와 2018년까지 합병시키는 것이다. 산업혁신기구는 도시바 백색가전 부문도 인수해 가전, TV, 휴대폰 사업을 계속할 샤프와 통합시키는 것을 검토 중이다.

주채권은행인 미즈호은행과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작년 6월에 출자한 2000억엔 규모의 우선주를 산업혁신기구에 무상으로 양도하면서 추가로 채무 1500억엔을 우선주로 전환, 샤프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주채권은행은 산업혁신기구와 대만 훙하이 안을 놓고 검토했지만 산업혁신기구 안이 경영 정상화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훙하이그룹은 앞서 샤프와 공동 운영 중인 TV용 대형 LCD 패널 생산업체인 사카이디스플레이(SDP) 지분까지 포함해 7000억엔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산업혁신기구는 샤프를 계기로 전자업계 재편을 추진해 일본 전자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2000억엔)보다 1000억엔 많은 출자액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