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매년 되풀이되는 실리콘밸리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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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취재수첩] 매년 되풀이되는 실리콘밸리 타령](https://img.hankyung.com/photo/201601/AA.11150935.1.jpg)
미래부뿐만이 아니다. 다른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도 매년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GEI)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2위에 그칠 정도로 창업은 바닥 수준이고, ‘콜버스’ ‘헤이 딜러’가 불법 논란에 휘말린 것처럼 창업 친화적 환경은 규제에 막혀 요원하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의 3년 후 생존율도 2013년 기준 41.0%로 OECD 주요 17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넘치는 투자자금과 이민 친화적 환경, 스탠퍼드 등 명문 대학을 보고 세계에서 몰려드는 인재가 바탕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민정책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시민단체의 반대 등으로 학교 병원 등 편의시설도 짓기 어려워 외국인에게 살 만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돈도 넘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매년 수백개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수백억달러를 뿌린다. 이 돈은 창업자들에게 흘러들어가고, 이들은 이 돈으로 다시 창업하거나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그렇게 활동하는 벤처캐피털이 1만6000여개, 이들이 투자하는 돈이 한 해 250억달러(2014년 기준)에 이른다.
한국에서 이런 역할을 해야 할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싹을 죽인다’거나 ‘문어발 확장’이란 욕을 먹을 게 뻔해서다. 인수보다 베끼는 식으로 돈을 아끼는 기업도 있다.
실리콘밸리가 ‘실리콘밸리’가 된 배경은 이렇지만, 정부는 인재와 돈이 도는 환경, 문화를 조성하기보다 건물 등 하드웨어를 갖추는 데 급급하다. 건물을 짓고 종잣돈을 뿌리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다. 스타트업 아카데미 등 판교에 들어선 각종 기관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호박에 줄만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는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