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가 모처럼 ‘동반 플러스’로 장을 마쳤다. 국제 유가는 여전히 약세에 머물러 있지만 하락폭이 서서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신흥국 증시와 원자재 시장을 짓누르던 공포 심리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가 매수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독한 외국인 vs 고독한 개미…지수는 버틴다
◆바닥 다지는 코스피

코스피지수는 19일 전날보다 0.60% 오른 1889.64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이 279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기관(1771억원)과 개인(878억원)이 사들였다. 지수가 장중 1870선까지 밀리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이날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7배로, 2014년 저점(0.92배)과 지난해 저점(0.89배)을 밑돌고 있다. PBR은 기업의 청산가치 대비 주가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수 하단을 추정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자산과 시가총액이 같을 때가 PBR 1배다.

펀드 투자자들도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 순유입된 자금은 1300억원에 달했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서울 방배지점장은 “자산가 중 절반은 단기채권 중심으로 ‘돌다리 운용’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시황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펀드와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며 “바닥을 잡으려는 저가 매수 자금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관건은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언제쯤 멈추느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중동과 중국계 자금이 탈출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1조5000억원 상당의 유럽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갔다. 유럽계 자금은 대부분 헤지펀드로 단기간에 거래가 집중되는 성향이 있다.

◆중국도 한고비 넘겼다

중국 증시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3.17% 오른 3006.34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연계증권 줄손실 사태의 주범인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역시 2% 이상 올랐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6.9% 늘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동준 동부자산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당분간 폭락도 급반등도 없는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정부가 설 전에 어떤 경기부양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상반기 지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8일(현지시간) 장외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28달러94센트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1.63% 하락한 올해 최저가다. 하지만 한꺼번에 5.71% 급락한 전 거래일(15일)보다는 낙폭이 줄어든 모습이다. 원자재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28~29달러 선에서 숨을 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 재고와 공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제훈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현재 공해 상에 떠 있는 유조선에 실린 원유는 2억5000만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여름(4억t)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배럴당 29달러면 내릴 만큼 내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산 원유가 국제 유가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 국영 석유회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란이 글로벌 원유시장에 완전히 복귀하려면 9개월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송형석/허란/심은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