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잠재력 '여전'…유가와 관계없이 꾸준히 추진해야
국제 유가가 바닥을 지나 땅을 파는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배럴당 40달러 수준이었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주말 급락하면서 30달러가 붕괴됐고 중동산 두바이유는 이미 이달 초순 20달러대로 내려왔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유가 하락에 비례해 감소하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과연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지속해야 할지, 신재생에너지가 다른 에너지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 것인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신재생에너지의 사업 잠재력은 여전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5년을 마무리하던 지난달 세계 196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정상들은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이 2030년까지 예상되는 탄소배출량의 37%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국제사회가 진일보한 합의를 도출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국제 규범적 측면에서 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계속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원가는 지난 10년 동안 크게 개선됐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고유가 시대에 태양광 풍력 조력 지열 등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기술 개발이 이뤄진 덕분이다. 앞으로는 소재기술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결합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효율은 더욱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상대적 원가 경쟁력은 유가 하락으로 약화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세계 산업계에서는 글로벌 차원에서 발전원별로 최적의 지역을 찾아 투자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에넬그린파워(Enel Green Power)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까지 2조원의 매출을 거둬 45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런 양호한 실적은 에넬그린파워가 자연환경이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유리하고 전력구입계약 등 ‘제도적 환경’이 좋은 라틴아메리카에 발 빠르게 진출한 덕분이다. 우리나라 산업계가 에넬그린파워의 사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사업을 통해 발전원별 구조를 개선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한 사례는 벤치마킹해야 한다.

유가 하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하게 신재생에너지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태인 < 딜로이트안진 전무(에너지 및 자원산업 리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