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돈 좀 벌어봅시다] PB들이 보는 부자, 무엇이 다른가 (1) 큰 흐름 읽는데 돈·시간 쏟는다
은행에서 받는 이자가 연 1%대로 떨어진 요즘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하소연이 늘고 있다.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주는 예·적금으로 갈아타고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뭉칫돈이 쏠리기도 하지만 재테크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부자들은 어떻게 자산을 굴리고 있을까. 은행 보험 증권사에서 고액 자산가의 재테크를 담당하는 프라이빗뱅커(PB) 20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바라본 부자들의 투자 습관을 들어봤다.

PB들은 부자들이 재테크를 바라보는 관점이 일반인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일반인은 수익률이 높다는 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뭉칫돈을 몰아넣는 성향이 강하지만 자산가들은 투자 대상에 대해 자기 확신을 갖고 소신에 따라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PB는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면 시장이 요동칠 때 지레 겁먹고 환매에 나설 개연성이 높아진다”며 “부자들은 확신이 들 때까지 눈과 귀를 열어놓고 많은 정보를 탐색한다”고 말했다.

PB들이 상대하는 자산가의 대부분은 장기 투자자다. 거시경제 여건 변화에 민감하지만 재료에 일희일비하거나 일시적인 변화에 휘둘리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경민 대우증권 갤러리아PB클래스 이사는 “큰 흐름(mega trend)을 예측한 뒤 일단 투자에 나서면 2년 이상 꾸준히 기다린다”며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일시적 요인이라고 판단하면 환매보다는 추가 매입에 나서는 과단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또 다른 공통적인 습관은 ‘세(稅)테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수익 10%를 얻는 것보다 3~4%의 세금을 아끼는 것을 더 좋아한다. 수익률은 다시 고꾸라져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절세는 확정된 미래의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과세’와 ‘분리과세’ 상품은 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를 피하려는 노력도 있지만 한두 푼 아낀 세금이 웬만한 금융 상품의 수익률과 비슷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투자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하나의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자신이 거래하는 PB센터 2~3곳의 제안을 받아 면밀히 검토한 끝에 결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PB는 “고금리 시절에는 은행별 금리가 0.5%포인트 차이 나도 개의치 않았지만, 저금리인 요즘은 0.01%포인트라도 높으면 여지없이 돈을 옮긴다”며 “돈에 대해 놀랄 만큼 집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부자들은 목표 수익률을 지나치게 높이지 않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PB 서비스를 이용하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 10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앞으로 1년 동안 금융자산의 목표 수익률은 연 0~4% 구간(21.8%)과 5~9% 구간(56.8%)이 78.6%에 달했다. 두 자릿수 수익률을 바라는 자산가는 21.4%에 불과했다.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PB센터 PB는 “부자들은 정기 금리보다 2~3%포인트만 더 벌어도 성공적인 투자를 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 상황이 부진하거나 외부 변수에 의해 시장이 급락하는 때를 대비해 일정 이자를 받는 채권 투자 등을 많이 활용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