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숨·성석제·김형중 심사위원.
왼쪽부터 김숨·성석제·김형중 심사위원.
올해 장편소설 부문에 응모한 작품들은 어떤 일관된 흐름을 찾기 힘들 만큼 다양했다. 이는 얼마 전까지 지배적이던 트렌드, 가령 장르소설적 경향이나 지식 조합형 소설 쓰기의 유행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심에서 오래 거론된 작품은 ‘집 떠나 집’과 ‘우리의 투쟁’ 두 개였다. ‘우리의 투쟁’은 응모작 중 가장 가독성이 높았다. ‘여덟 살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9금 하드보일드 갱스터 소설’이라 부르면 적절해 보였는데, 고작 여덟 살인 화자의 시각과 저토록 잔혹한 현실 사이의 간극, 그것은 단순히 군데군데서 발견되는 ‘개연성 부재’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바로 그 간극 덕분에 서사는 기발하고 흥미로워질 수 있었으나 역으로 바로 그 간극 탓에 이 작품은 세계와의 갈등을 완전히 피해 가고 있는 것으로 읽혔다.

반면 ‘집 떠나 집’은 아주 소박한 소설이었다. 어조는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했고, 소재들은 일상적이었으며, 인물들은 착하고 사건들은 소소했다. 끝까지 기발한 서사나 자극적인 갈등의 힘을 빌리지 않은 그 소박함이 심사위원들에게는 이 작품의 최고 미덕으로 읽혔다. 시쳇말로 ‘생계밀착형’ 멜로라고 불러도 좋을 이 작품은 끝까지 소소한 일상에서 희망을 찾는 어떤 윤리 같은 것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소설도 그 기원에는 ‘삶’이 있다. 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더 깊고 넓어지길 기대하며, 심사위원들은 ‘집 떠나 집’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합의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우리의 투쟁’의 작가와 나머지 응모자에게는 미안함과 위로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