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시계 제로'] 유가 추락에 다우 하루새 2% 급락…공포지수 9% 넘게 치솟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금리 인상 당일인 16일(현지시간) 시장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며 반짝 상승세를 보인 뉴욕 증시는 이후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제유가의 바닥 없는 추락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또다시 커지는 시장 공포

지난 18일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367.45포인트(2.1%) 급락해 17,128.39로 마감했다. 17일 253.25포인트(1.43%) 하락한 데 이어 이틀 동안 지수가 620포인트나 밀린 것이다. S&P500지수 역시 18일에만 1.79% 추락하며 2005.55까지 밀렸다. 나스닥지수는 1.59% 하락, 5000선이 무너지며 4923.08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후 급등한 증시가 이틀에 걸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이다. 시장 공포를 나타내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하루에만 9.3%(1.8포인트) 치솟으며 20.70까지 올랐다.

이날 지수 하락은 7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유가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6% 하락한 배럴당 34.72달러에 마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이날 배럴당 36.72달러로 마감하며 주간 기준으로 가격이 3.1% 급락했다.

혼돈에 빠진 신흥국, 제각각 대응

전 세계 중앙은행 중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후로 기준금리를 올린 곳은 13곳에 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과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아구스틴스 카르스텐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17일 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뒤 “돈이 멕시코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대표적인 취약 신흥국으로 거론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페루, 모잠비크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미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다. 반면 대만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8개국은 동결이나 인하를 택했다. 자본 유출 우려보다는 경기부양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남미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하자 18일 재무장관을 전격 경질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오히려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조아킹 레비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네우손 바르보자 기획장관을 기용했다. 하지만 긴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던 레비 장관이 물러났다는 소식에 헤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2.7% 떨어졌고 브라질 증시도 3%가량 밀렸다.

“내년 3월에 2차 금리 인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다음번 금리 인상 시기로 내년 3월이 유력하다”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FT는 주요 경제·금융 이코노미스트 4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Fed가 내년 3월에 0.25%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19일 전했다. 내년 금리 인상폭을 1%포인트로 예상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는 내년 3월부터 금리를 천천히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FT는 그러나 연방 기금금리 선물가격으로 본 내년 3월 인상 확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트레이더들은 대부분 2~3회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FOMC와 시장 간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인식차가 커지면서 Fed 계획대로 내년에 네 번 금리를 올린다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이상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