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선박식별장치 사비로 사서 국제유가 예측하는 애널리스트
“국제유가는 이달 말 L당 30달러 초반, 내달엔 20달러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사진)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유가를 이같이 전망했다.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팔리길 기다리며 배에 실어 저장해 놓은 원유량이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연구원은 정유·화학 업계와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가장 ‘핫’한 애널리스트로 통한다. 변동성이 높아진 국제유가의 흐름을 ‘족집게’처럼 맞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지난해 여름 L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고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그는 유가 급락을 내다본 비결에 대해 “세계 유조선에 실려있는 원유량이 기존 평균 1억6000만t에서 당시 4억t으로 급등하는 등 공급 과잉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비 1억원을 들여 구입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산유국의 원유 공급 추이를 분석하고 있다. AIS는 선박에 장착돼 현재 위치와 목적지, 속도, 도착 시간, 선적 부피 등의 신호를 보내는 장치다. 300t 이상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선박은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AIS를 장착하면 다른 선박이 보낸 신호도 받아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AIS를 통해 얻은 전 세계 유조선 4만척의 신호를 일일이 집계해 정보로 축적했다. “데이터를 분석해 수치화하면 2~3주 동안의 원유 수요와 공급을 수시로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조선 외에 컨테이너 벌크선 등 전 세계 40여만척에 달하는 모든 배의 흐름을 파악해 거시적인 경제 흐름을 예측할 수 있도록 정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