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선박 회사대표 "발 빠른 구조와 정부지원에 감사"

남극해에서 좌초됐던 원양어선 '썬스타호'를 구조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김광헌(53) 선장은 "다른 나라 선박도 아닌 우리나라 선박을 무사히 구조해 더욱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선장은 19일 연합뉴스와의 위성전화 통화에서 "아라온호가 극지 연구활동 등을 통해 우리나라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 긍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선박 구조까지 성공적으로 마쳐 기쁘다"고 말했다.

7천487t급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남극해에서 유빙(流氷)에 얹혀 좌초한 우리 원양어선 썬스타호(628t급·승선원 39명)를 구조했다.

아라온호는 남극 장보고기지 물품 보급과 로스해 연구활동 종료 후 연구원들의 귀국을 위해 뉴질랜드로 항해하던 중 구조 요청을 받고 항로를 바꿔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김 선장은 "해양수산부를 통해 구조 요청을 받고 방향을 돌려 다시 내려왔다"며 "현장에 도착하니 배 주위에 해빙이 깔렸고 배 밑쪽으로 해빙이 들어가 선체가 기울어져 있었다"고 구조 전 상황을 전했다.

그는 "먼저 배 주위와 선체 하부 얼음을 제거하고 썬스타호와 같이 조업하러 나섰던 코스타호와 함께 사고 선박을 굵은 밧줄로 연결해 지그재그식으로 예인했다"며 "예인 과정에서 선박간 속도가 맞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었지만 다행히 성공적으로 구조했다"고 말했다.

아라온호는 2011년 크리스마스에도 남극해에서 조난당한 러시아 어선 스파르타호를 구조해 '남극의 산타'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 선장은 "얼음이 많은 남극해에서는 얼음이 더 녹은 다음에 조업하는 것이 좋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번처럼 두 척, 세 척이 선단을 이뤄서 작업해야 문제 발생 시에 대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약 30년간 배를 탄 베테랑으로 작년 7월부터 아라온호를 이끌고 있다.

아라온호는 썬스타호를 안전한 곳까지 인도한 뒤 원래 목적지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항으로 항해할 예정이다.

썬스타호의 선사인 선우실업 측도 아라온호의 발 빠른 구조와 당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시했다.

정시택 선우실업 대표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서 조난 신고 후 곧바로 종합상황실을 설치했고 운 좋게도 아라온호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서 큰 문제 없이 구조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썬스타호에는 핵심 선원 5명만 남겨 놓고 대피하는 등 선원들도 안정감 있게 대처했다"며 "아라온호와 해수부의 신속한 대처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세월호 참사 등 크고 작은 사고들로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저희 선박은 스피드보트와 특수방수복 등을 완벽하게 갖춘 상태였기 때문에 선원들이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큰 사고를 막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업을 하다 보면 험한 지역도 가게 되지만 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자연 앞에서 인간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불가항력일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인재(人災)는 없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