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크리스마스에도 남극해서 조난당한 러시아 어선 구출

우리나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7천487톤급)가 또 '남극의 산타' 역할을 했다.

아라온호는 크리스마스를 1주일가량 앞둔 19일 남극해에서 유빙에 좌초한 우리 원양어선 썬스타호(628톤급·승선원 39명)를 구조했다.

아라온호는 2011년 크리스마스에도 남극해에서 조난당해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러시아 어선 스파르타호를 구난해 남극의 산타라는 칭호와 함께 인도주의 정신에 의한 구난활동으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스파르타호는 2011년 12월 15일 사고를 당해 유빙에 갇힌 채 장기간 해류를 따라 떠다니다 같은 달 25일 현장에 도착한 아라온호에 의해 구조됐다.

당시 아라온호는 얼음을 깨면서 접근해 이동로를 만드는 사흘간의 작업을 한 끝에 스파르타호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했다.

이번에도 아라온호는 가로 15m, 세로 7m, 깊이 2m의 유빙에 얹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썬스타호의 구조에 나섰다.

썬스타호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18일 오후 7시 30분 좌초 사고를 당했다.

북반구와는 반대로 여름철인 남극해에서 '이빨고기(메로)' 잡이를 하러 가던 길이었다.

메로는 남극 주변의 한랭해역에서만 사는 어류로, 고급 호텔에서 취급하는 고급생선이다.

오메가3 성분이 풍부하고 맛과 향이 좋아 인기를 끌지만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조약(CCAMLR)에서 쿼터를 정해 어획하도록 정하고 있어 귀하다.

조업시기는 통상 12월 1일부터 2월 말까지인데 올해는 예년보다 유빙이 두꺼워 조업 시기를 20일가량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썬스타호가 예년보다 늦게 이달 20일부터 조업을 하려고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면서 "사고를 피하려 조업시기를 늦췄는데도 사고를 만난 셈인데 이런 일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유빙 사고에 대비해 이빨고기 조업은 통상 선박 두 척이 함께 출항한다.

썬스타호가 사고를 당하자 함께 갔던 코스타호가 예인줄을 연결해 유빙에서 탈출시키려 했다.

그러나 1차 구조작업이 실패해 해수부에 구조를 요청했고, 해수부는 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하고 승선원을 코스타호로 대피하도록 했다.

승선원 39명중 34명이 대피했고 구조작업을 위해 선장과 항해사 등 5명은 배에 남았다.

해수부는 주변 100마일 이내에서 구조 활동이 가능한 선박을 찾았으나 해당 선박이 없어 130마일(10시간 항해거리) 떨어져 항해 중이던 아라온호에 구조를 요청했다.

당시 남극 장보고기지 물품 보급과 로스해 연구활동을 마치고 연구원 50명의 귀국을 위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항으로 항해 중이던 아라온호는 구조요청을 받고 곧바로 방향을 바꿔 썬스타호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사고 발생 14시간 30분 만인 19일 오전 10시 현장에 도착한 아라온호는 30분간 썬스타호의 좌초 상황을 파악한 뒤 선체 아래 유빙을 깨는 작업을 벌였다.

아울러 아라온호는 코스타호와 함께 썬스타호에 각각 80m의 예인선을 연결하고 끌어내기 작업을 벌인 끝에 현장 도착 3시간여만인 오후 1시 10분 썬스타호를 유빙에서 탈출시키는데 성공했다.

썬스타호 내 기관은 정상적으로 작동해 자력으로 안전지대로 이동하고 있으며, 안전지대 도착 후 선박 파손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을 한 뒤 조업 재개 여부가 결정된다.

해수부 측은 "아라온호의 적극적인 구조활동으로 썬스타호가 빠른 구조가 이루어졌다"며 "앞으로도 아라온호가 인도적 차원에서 구조가 필요한 경우 우리어선 뿐만 아니라 외국어선의 구조에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