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에 전시된 17세기 벨기에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아기 에리크토니오스의 발견’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에 전시된 17세기 벨기에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아기 에리크토니오스의 발견’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있는 리히텐슈타인공국은 면적 160㎢의 작은 나라다. 강화도 절반 크기다. 나라는 작지만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오스트리아의 가장 오래된 귀족이자 합스부르크 왕가의 핵심 세력이었다. 이들이 수집한 미술품은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리히텐슈타인박물관이 유럽 최고 왕립박물관으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특별전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은 회화, 조각, 공예, 판화, 태피스트리 등 리히텐슈타인박물관의 명작 120여점을 국내 최초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리히텐슈타인 궁정 문화와 수집의 역사’를 시작으로 이 박물관의 걸작들을 소개한다. 전시 2부부터는 17세기 유럽 최고 화가로 불리는 페테르 파울 루벤스를 집중 조명한다. 루벤스는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화가이자 외교관, 학자, 교육자, 사업가로 활동하며 자유로운 이상을 펼쳤다.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 ‘아기 에리크토니오스의 발견’ 등은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루벤스의 대표작이다. 신화를 표현한 유화 스케치, 종교화, 루벤스가 제작을 지휘한 태피스트리 연작 ‘데키우스 무스’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루벤스의 영향이 담긴 모작들을 보면 루벤스가 이후 유럽 미술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루벤스와 함께 플랑드르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안토니 반다이크, 야코프 요르단스의 작품도 있다.

백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루벤스 전시회일 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최고 작품을 선보인다”며 “17세기 유럽 거장들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의미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4월10일까지 이어진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