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분할·개발 '꿈틀'…중개업소도 늘어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와 가까운 서귀포시 성산읍 산간 지대가 무분별한 난개발 우려에 놓였다.

최근 들어 경관이 뛰어난 산간 임야나 농경지의 거래가 활발해지는 데다 대단위 토지를 분할·개발한 후 팔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오전 성산읍 신산리 제2공항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5㎞가량 떨어진 삼달리 한 임야에는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건축을 위해 지반을 다지는 기초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편도 1차선의 산간 도로를 따라 김영갑갤러리 방면에 있는 이 현장은 폭 2m가량의 좁은 시멘트 길로 접어들어 500여m나 더 들어가야 다다르는 후미진 곳이다.

임야와 농경지만 있는 주변에는 수도나 전기시설 등 도시기반시설이 갖춰질 턱이 없어 인적도 드물었다.

소나무가 듬성듬성 자라 있고 땅에는 풀들이 무성히 나 있다.

일부 임야를 개간한 곳에는 무를 재배하는 밭으로 이용됐다.

기초공사가 진행되는 바로 옆 임야를 소유한 A법인은 이곳에 10채의 창고를 짓겠다고 최근 제주도 건축심의위원회에 신청했다.

작은 것은 400㎡, 큰 것은 1천300㎡의 크기로 토지를 10필지로 쪼갠 뒤 필지마다 72㎡(21.8평)의 창고를 건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도 건축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도시기반이 없는 지역에 필지를 분할,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창고를 먼저 지어 수도와 전기시설을 끌어온 후 지목을 전환하거나 다른 건축물을 세우려는 속셈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 임야는 넓은 도로에서도 떨어진 외진 곳인데도 1년 사이 무슨 일인지 거래는 매우 활발했다.

부동산 등기부에는 임야의 소유권자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 사이에 3번이나 바뀐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난 4월과 6월에는 여러 개의 필지로 나누어져 지번이 분리됐다.

편도 1차선의 산간도로와 접한 성산읍 난산리의 한 농경지도 소유자인 B법인이 76.8㎡ 규모의 창고시설을 지르려다 퇴짜를 맞았다.

올해 들어 3번이나 소유자가 바뀐 이 농경지가 난개발 될 것을 우려해 반려한 것이다.

제주도는 이 같은 신청들이 토지 분양을 목적으로 한 분할형 건축행위로 보는 한편 제2공항 계획에 따라 지사 상승을 노린 기획부동산업체의 움직임으로 추정했다.

성산읍 지역의 한 주민은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주로 외지인들이 소유한 산간 임야 등에서 건축 공사를 하는 일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면서 "인적 드문 곳인데도 중장비 소리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성산읍 지역은 지난해까지 부동산 중개업소가 20곳이었으나 올해 들어 절반에 가까운 9곳이 더 늘었다.

새로 문을 연 부동산중개업소 중 4곳은 지난달 10일 제2공항 건설 계획 및 입지가 발표 이후 들어서 투기성 거래가 성행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성산읍 지역의 지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5% 상승했다.

제주 전체 지가 상승률 2.82%보다도 0.93% 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도내 읍면동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성산 지역 일부 부동산은 3.3㎡당 공시지가의 10배 이상으로 거래되는 등 가격 상승폭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제2공항 예정지 주변의 난개발 방지를 위해 인근 주요 도로변을 중심으로 양쪽 100m 이내 구역에 대해 경관을 훼손하지 않도록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고 분할을 제한하는 등 건축계획 심의를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서귀포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ko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