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격인 롯데제과에 대한 우호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이를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의 일본 제과 계열사인 ㈜롯데는 지난 4일 롯데제과 지분을 2.07% 매입한 데 이어 9일 지분 7.93%를 추가로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롯데의 지분율은 10%까지 높아져 단숨에 롯데제과의 2대 주주로 올라선다.

현재 롯데제과 주요주주는 ▲롯데알미늄 15.29% ▲신동빈 회장 8.78% ▲롯데장학재단 8.69% ▲신격호 총괄회장 6.83%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3.96%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2.52% 등이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신동빈 회장은 본인의 개인 지분과 계열사 지분을 포함해 우호지분을 최대 40%까지 확보하게 됐다.

㈜롯데는 공개매수의 목적에 대해 같은 제과 업체인 롯데제과와의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공시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롯데는 롯데제과와 협업을 해야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고 보는 것 같다"며 "㈜롯데 상장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호텔롯데(한국)의 상장이 내년 상반기에 실현되면 장래 과제로 (일본 롯데의) 상장을 검토하고 싶다"고 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책본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본 롯데에는 상장회사가 하나도 없는 상황인데 상장할 수 있는 회사를 보면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가 아니고 (사업회사인) ㈜롯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이유 외에도 신 회장이 자신이 장악한 ㈜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의 대표이사는 신 회장의 최측근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이다.

앞서 신 회장은 롯데제과의 개인 지분을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2013년 8월부터 꾸준히 주식을 매입해 당시 3.52%에 불과하던 지분율이 8.78%까지 올라섰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주 전 부회장도 2013년 8월부터 10여차례에 걸쳐 지분을 추가 매입해 자신의 지분율을 3.48%에서 3.96%로 높인 상태다.

두 형제가 롯데제과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롯데제과가 롯데그룹 내 순환출자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최상위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와 다른 계열사를 연결하는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19.29%), 롯데쇼핑(7.86%), 롯데푸드(9.32%)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갖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평소 한·일 통합 경영을 강조해온 차원에서 지분 매입을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뿌리이기도 한 제과 사업을 통해 양국 계열사 간 협력 관계를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일본 계열사인 ㈜롯데를 통해 한국 중간 지주사인 롯데제과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조치는 일본 롯데가 현재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는 전제 아래 이뤄진 것인데 만에 하나 신 회장의 편으로 분류되는 일본 계열사 임직원들이 신동주 전 부회장 지지로 돌아서면 어렵사리 확보한 우호지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제과 주식을 여러 차례 사들였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회장에 맞서 역공개매수 같은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