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자동차 기자는 필연적으로 불행함을 안고 살아갑니다. 왜냐고요? 좋은 차를 시승할 때면 다 가질 수 없는 인생의 슬픈 진리 앞에 매번 좌절하니까요. 그럼에도 찰나의 행복을 위해 고통을 기꺼이 즐기며 그렇게피학성애자가 되어 갑니다.마감이 한창이던 11월 중순,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 SUV Experience 초대장! 평소에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며 외국 여자, 그것도 덩치 큰 독일 여자도 만나봐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던 제가 빠지면 섭섭한 행사였죠. 게다가 1박 2일로 진행되는 행사였기에첫 만남에 거사까지 치를기대감에 부풀어 지난 2일 아침, 무주행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행사 당일, 세차게 흩뿌리는 빗길을 뚫고 도착한 행사장 앞에는 그야말로 미쳤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벤츠G바겐 4총사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미친 컬러감... 일반 G바겐의 가격은 2억 원이지만 여기에 이 미친 컬러를 입힌 크레이지 컬러 에디션은 2억 4천만 원입니다. 확인 들어갑니다.그런데 유치하게 크레이지 컬러 에디션이 뭐냐고요? 제가 즉석에서 지어낸 못쓸 드립이 아닙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에서도 이 컬러감을 표현할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했는지 직역해서 `크레이지 컬러 에디션`이라 이름 붙였다니까요?여하튼 간에 미친 컬러를 치덕치덕 해서일까요? 치(킨) 덕(후)인 제게 이놈들은 이제 디핑 소스로 보이기 시작합니다.어니언 사워크림. 운전의 뒷맛을 개운하게 정리해줄 것만 같습니다.허니 머스터드 크림. 달달하니 꿀단지에 빠진 파리마냥 시트를 떠날 수 없게 만들 요물 컬러입니다.넌 로제 크림. 치킨을 먹는 건지 파스타를 먹는 건지 모를 황홀감에 젖게 만들죠.그리고 칠리 핫 소스. 이 녀석은 미친 성능에 미친 색감까지 더해져 그곳(?)을 매콤하게 만들어줄 것만 같군요.여러분이라면 어떤 소스를 찍어 드시겠습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소스 가격만 4천만 원입니다.행사장 입구를 배회하던 카메라 렌즈에 잡힌 언덕 위 백마 한 마리. 역시 말 중의 말은 백마 아니겠습니까?화려한 행사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Dimitris Psillakis)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CEO.이날 실라키스 대표는 또 한번 제 심장 박동수를 높였는데요, 그 이유는내년 말 출시 예정이라고 밝힌 GLS와 GLE 쿠페였습니다.GLS는 벤츠의 플래그십 SUV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아우디 Q7과 대적할 녀석입니다. 게다가 GLE 쿠페를 내놓음으로써 벤츠는 BMW X5, X6 둘 모두의 대항마를 갖추게 됩니다. 제삼자 입장에서 브랜드 간에 라이벌 다툼을 벌이는 건 꽤나 유쾌한 일입니다. 구경 중 으뜸은 싸움 구경이듯 말이죠.(지구방위대!)저 녀석들을 죄다 눈앞에 세워둘 수 있는 호사를 누릴 그날은 언제 올까요?벤츠 딜러로 일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걸까요?On-road, GLE드디어 시작된 시승행사에서저는 제일 먼저 중형 SUV인 GLE로 리조트 주변 공도를 달렸습니다. 참고로 GLE는 벤츠에서 기존에 생산하던 M 클래스의 후신(後身)입니다. GLC 역시 기존의 GLK에서 이름이 바뀐 것인데요, 이렇게 모호하게 명명되어 있던 모델들을 대상으로 이번에 마음 먹고 족보 정리를 단행한 거죠.앞 기둥 바로 뒤에 위치하며 은은히 빛을 내는 뱅앤올룹슨 스피커. 주행에 집중하느라 사운드를 들어보진 못 했습니다만, 나중에라도 시승차를 받아서 제대로 리뷰해보고 싶은 욕망이!센터페시아엔 요즘 벤츠 인테리어의 DNA라고 할 수 있는 아이패드 감성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자리 잡고 있었고요. 근데 이걸 보면 한번 떼어내고 싶은 충동이 일지 않습니까? 저만 그런가요...사실 비도 오고 공도인 탓에 차마 ESP를 끌 순 없었습니다. 이런 건 코너링에서 뒷바퀴 좀 흘려줘야 제맛인데 말이죠. 그러나 컴포트 모드에서 다소 급한 핸들링에도 언더가 나지 않으며 제 의도대로 따라와 주는 기특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언더가 났다면 저는 덕유산 중턱 나뭇가지에서 발견됐을 수도...Slope, GLC두 번째는 GLC 세션. GLC는 기존의 박시한 타입이던 GLK를 버리고 다른 모델들과 유사한 디자인 콘셉트로 가져가며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를 단행한 풀 체인지 모델입니다.그런데 왜 공도를 타지 않느냐고요? 저도 그게의아했지만 아무래도 소형 SUV라고 하면 오프로드 성능은 그저 그러겠거니 하는 인식을 바꿔보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나 하고 생각해봅니다.경사진 비탈길을 빗겨 오르며 뒷바퀴 한쪽이 헛도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그럼 GLC의 두뇌는 재빨리 이를 감지하고 나머지 세 바퀴에 출력을 고루 배분하죠. 이어 40도에 가까운 경사 길도 미끄러지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기어오르더니 내려오는 일도 너무나 가뿐히 해냅니다. 네 바퀴 굴림의 장점이 드러나는 순간이라 할 수 있겠죠.Off-road, G클래스이어서 벤츠 SUV의 끝판왕 혹은 종결자라 불리는 G클래스를 영접합니다.원빈의 애마, G 클래스가 남다른클래스라 불리는이유는 뭘까요?지바겐이란 애칭을 가진 G 클래스의 `G`는 겔렌데파르초이크(Gelandefahrzeug)라는 독일어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겔렌데`는 우리말로 지형, `파르초이크`는 우리말로 탈것을 의미합니다. 대충 어떤 뜻인지 감이 오시나요? 맞습니다. G 클래스는 `어떤 지형이든 달릴 수 있는 차`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일반 도로는 시시한 G 클래스를 위해 누구도 감히 넘보기 힘든 험로(險路)로 코스가 구성되어 있었습니다.G 클래스 코스에서 단연 압권이었던 것은 60~70cm 깊이의 웅덩이가 연속으로 나타난 험로였습니다. G 클래스의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디퍼렌셜 록 조작 버튼이 위치하며 앞쪽 좌우, 뒤쪽 좌우, 앞뒤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디퍼렌셜 록이 뭐냐고요? 한마디로 `차동기어를 잠그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차동기어는 코너링 등의 상황에서 바퀴 회전수를 달리하며 원활한 주행을 가능하게 해주죠.그러나 위처럼 연속된 웅덩이가 나오는 험로에선 수동 설정으로 디퍼렌셜 록을 걸어줘서 바퀴 회전비가 1:1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곧 바퀴 한두 개가 접지를 잃는 상황에서도 나머지 바퀴들이 지면에 좌우가 동일한 토크를 전달하며 험로를 박차고 나올 수 있게 하는 거죠. 어마어마한 힘과는 별개로 안정된 서스펜션 덕에바깥은 흡사 전장인 동시에 안은 안락한 소파로 변하는, 기분 좋은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날 시승한 모델 중에 가장 겉과 속이 다른 녀석이 아니었을까...Handling, GLA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는 기대감이 가장 컸던 세션인 슬라럼 코스로 향했습니다.콘컵으로 만든 간이 코스를 누가 가장 빨리 주파하느냐가 관건인 슬라럼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코스, 차량 그리고 노면 상황.그다지 어렵지 않은 코스 설정에 차량은 콤팩트한 GLA 45 AMG. 게다가 4MATIC 사륜구동 기능은 마음 놓고 과감한 악셀링과 브레이킹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처럼 보였습니다.그러나 딱 한 가지 결정적인 장애물이 있었으니 바로 노면 상황. 잦은 눈비에 이내 도로는 갯벌에 가까운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제아무리 성능 좋은 사륜구동이라도 까딱했다간 코스 이탈로 이어지는 거였죠. 거기에 금세 어둠이 짙게 깔리는 바람에 저는 졸지에 야맹증 환자가 되고말았습니다.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건 한순간. 내가 운전을 하는 건지 아니면 차가 이미 프로그래밍된 대로 운전을 하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코스 이탈을 하고 맙니다. 차를 제 통제 영역 아래 두지 못 했던 것이죠.기록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으며 미련 없이 자리를 뜬 저는 다음날 오전에 있을추가 시승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거사 같은 건 없었음은 물론이고요.DAY 2이윽고 다음날 아침, 저는 어제 빗길 때문에 과감한 드라이빙을 하지 못 했던 GLE에 제일 먼저 몸을 실었습니다. 전날 시승 모델은 배기량 2,200cc에 204마력의 250d 모델이었다면 이번 모델은 배기량 3,000cc에 상대적으로 적은 회전수에서 258마력과 63.2kg.m이라는 폭발적 파워를 내는 350d인 탓에 기대감은 한층 더 올라갔습니다. 스펙을 중시하는 대한민국에서 특히 더욱 사랑받을 녀석이죠.과연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 2톤이 넘는 중량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이토록 부드러운 코너링이라뇨!스포츠 모드에서 GLE는 차량의 성능은 그대로 이끌어냄과 동시에 최소한의 개입만 들어오면서 제가 의도하는 스티어링을 최대한 살려줬습니다.이는 앞서 G 클래스에서 얘기했듯, 도로 상황을 감지해 전후좌우 네 바퀴에 걸리는 바퀴의 회전차를 조절하는 차동 잠금장치(디퍼렌셜)가 장착됐기에 가능한 움직임입니다. 사륜구동의 안정감에 이마저 더해진다면 최상의 추진력과 접지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순간, 하나하나 너무 완벽하게 만들려는 벤츠 엔지니어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잠시 눈물 좀...이 모델보다 상위 버전인 GLE 63 AMG도 시승할 수 있었지만 그다지 욕심나지 않더군요. 350d로도 이미 충분히 즐거운 드라이빙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AMG는 넣어둬)만족스러운 주행을 마치고 갈아탄 차는 GLA 45 AMG 4MATIC. 전날 갯벌 비주얼의 진흙탕에서 슬라럼을 하느라 성능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한을 풀고 싶었거든요.그런데 이게 웬걸? 마침 콘보이(선두 차량)가 시승 코스를 AMG에겐 천국과 같은 직빨, 아니 직진 주행이 보장된 고속도로로 안내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감사합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스포츠 모드로 바꾸는 한편, 이내 가속 페달을 즈려밟기 시작합니다.이제는 고전이 된 광고 카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를 떠올리며 칼치기를 하려던 찰나, 제 눈앞에 보인 건 다름 아닌 고속도로 순찰차였습니다. 아니 왜? 착하게 살았는데 왜? ㅠㅠ순찰차를 추월해볼까도 생각했지만무주까지 와서 아침 댓바람부터 경찰차와 카 체이싱을 찍는 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네, 저는 선량한 서울 시민이니까요.(마음만 익스트림 드라이빙)이렇게 모든 시승이 끝났습니다. 순찰차 때문에 막판엔 페달에서 발을 떼야 했지만 너무나도만족스러운 시승이었습니다.인연인 듯 아닌 듯한 GLA 45 AMG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만 빼면 말이죠. 요 녀석과의 밀당은 조만간 시승차를 받아서 몰아 보는 걸로 끝을 봐야겠습니다.(아, 근데 얘를 못 탔네)
김민겸기자 press@maxim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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