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통합사회주의당 '조마조마'…브라질·아르헨 이어 남미 좌파정권 '궁지'
차베스식 포퓰리즘 '차비스모' 희석 가능성


베네수엘라 총선 투표가 6일(현지시간) 치러진 가운데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의 다수당 지위가 어떻게 될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총 167명의 의원을 뽑는 이날 선거는 전국 23개주의 4만여개 투표소에서 오전 일찍 일제히 시행됐다.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지 못한 유권자들이 항의하는 등 소동이 벌어져 선거관리위원회가 마감시간을 오후 7시(한국시간 7일 오전 9시)로 1시간 연장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현재 의회 160석 가운데 100석을 차지한 집권 PSUV가 17년만에 다수당의 위치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시행됐다.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등 성향의 20여개 군소 야당이 연합한 '민주연합회의'는 선거 직전 발표된 일부 설문조사에서 PSUV와 30%포인트 이상 지지율 격차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1999년 우고 차베스 정부가 들어선 이래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다수당의 위치를 뺏긴 적이 없었다.

그러나 차베스의 바통을 물려받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는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세 속에서 생활필수품 부족과 높은 인플레이션율 등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주요 지지 기반인 서민층으로부터 외면을 당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총선 전 국내외 정치 분석가들로부터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마두로 대통령은 총선에서 져 의회를 장악하지 못하면 거리로 나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그러나 그는 선거를 목전에 둔 지난 5일 "베네수엘라에서 평화와 민주주의가 지배해야 한다"며 "거리로 나가 투쟁하겠다는 내 말이 틀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날은 "집권당이 항상 이길 수는 없다"고 말해 또 한발짝 물러섰다.

앞서 좌파 동맹인 아르헨티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부가 중도우파 성향의 야당 후보에 차기 정권을 내줬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하는 등 일부 남미 좌파 정권들이 궁지에 몰리는 분위기가 선거에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당선된 마우리시오 마크리는 지난 12년간 페르난데스 부부 대통령의 국정 철학으로 평가받는 '키르치네르스모'(Kirchnerismo)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키르치네르스모는 보호무역주의와 사회복지 정책 등을 의미하지만, 아르헨티나식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계승하는 차베스의 포퓰리즘적인 사회주의, 즉 '차비스모'(Chavismo)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희석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차비스타(Chavista), 즉 차베스를 신봉하는 자들도 기저귀와 우유, 화장실 휴지 등 기초적인 생필품난에 만성적으로 시달리자 더는 차비스타로 남기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일부 외신들이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의석수 획득 결과에 따라 경제난 등 실정을 물어 마두로 대통령의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하는가 하면 투옥된 야권 인사들을 석방하기 위해 사면법을 제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여권의 지지층이 큰 지방에 의석수가 많이 할당된 베네수엘라 선거구 특성상 야당이 승리한다 해도 의석수가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마크리 당선인이 베네수엘라의 인권 탄압을 비난하면서 역내 블록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킴에 따라 베네수엘라는 이번 선거의 결과를 떠나 역내 경제 외교에서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선거에 남미국가연합(UNASUR)에서 국제 선거 참관인 단을 초청했으나 미국과 유럽연합 측에는 요청하지 않았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