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유치 팔걷은 북한…연 5000만달러 외화벌이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7월 평양 순안국제공항 신청사를 연 데 이어 최근에는 마식령 스키장(사진), 평양 골프장과 연계한 관광상품 홍보에 나섰다. 외화를 얻는 동시에 북한이 폐쇄된 사회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구상에 몇 안 남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을 방문해 이색적인 경험을 하고 지갑을 열라는 것이다.

○북한 관광수입 연 500억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국가경제의 미래’로 관광업을 꼽고 있다. 북한은 개성관광특구, 금강산관광특구, 백두산관광특구, 칠보산관광특구, 원산관광특구, 평양관광특구 등 6개 특구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원산특구의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이 직접 개발에 관여했고, 2014년 1월 첫 외국인 관광객을 받았다.

관광객 유치 팔걷은 북한…연 5000만달러 외화벌이
북한에 관광산업은 연 5000만달러가량의 외화를 얻을 수 있는 산업이다. 관광 대금 수익은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대량살상무기(WMD)와 사치품 구입의심 자금의 거래를 막고 있는 UN제재의 ‘약한고리’에 해당한다. 우방국인 중국 위주로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것도 북한엔 반가운 소식이다. 2013년 제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일시적으로 북한 관광을 금지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북·중 관계가 회복되고 중국 지방정부 중심의 대북 투자가 활성화하면서 최근 다시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북한 관광을 다녀온 외국인은 10만여명 중 95%가 중국인이었다.

외국인 관광을 국가관광총국이 관할한다는 점에서 관광 수익이 북한 당국으로 직접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 조선국제여행사와 미국 우리투어, 중국 고려투어 등 외국 관광사가 계약을 맺고 총국에 승인을 받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윤인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작년 북한이 관광 대가로 최소 3069만달러(약 350억원)에서 최대 4362만달러(약 497억원)의 수입을 거뒀을 것으로 예측했다. 북한이 2008년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기 전까지 매년 1억달러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북한 당국은 최근 서비스업 양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통제되고, 재미없는 관광’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3년 평양관광전문학교를 세우면서 외국인 교수를 임용해 교육을 맡겼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을 개방했고 지난 7월부터는 중국인 관광객이 자신의 차량을 몰고 백두산, 신의주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자가용 관광’을 시작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 6월 중국 선양에 관광 학교 학생 50여명을 보름 동안 보내 연수시켰다”며 “호텔과 식당 등을 둘러보고 서비스를 배우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인프라 낙후…외자유치도 어려움

북한이 관광산업과 연계해 공항과 도로 건설 등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점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관광 활성화가 북한 주민이 외국인을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가 되면서 장기적으로 개방을 확대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북한이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 ‘내나라’를 통해 발표한 나진 선봉특구 개발계획에는 10곳의 관광지 개발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신해국제회의구 주변에는 식물원, 비파섬생태관광구 등을 함께 개발해 관광과 MICE산업을 연계하는 특구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정상적으로 개발이 이뤄진다면 주민들에게 군수분야가 아닌 새로운 일자리를 줄 수 있고, 철로 공항 의료시설 등 개방을 확대할 인프라 개발도 활성화할 수 있다.

일부 탈북자는 북한이 관광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주민 복지와 투자에 쓰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제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8월 북한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비자금 관리를 맡았다는 탈북자를 인용, “북한이 신축한 스키리조트(마식령) 관광수입은 39호실로 유입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관광이 더 활성화된다면 대량현금(벌크캐시)이 당국에 들어갈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도로 등 인프라 시설이 낙후해 관광산업을 본격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관광특구를 제대로 개발하려면 외자 유치가 필수적인데 최근 북한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