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중국 자본 규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회사가 지분을 투자하거나 경영권을 인수한 국내 상장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본 확충과 중국 진출로 성장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불확실한 투자 유치 계획만으로 급등하는 종목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중국 자본(차이나 머니)이 한국 기업에 지분 투자한 규모는 12억5400만달러(약 1조4500억원), 투자 건수는 28건에 이른다. 올해 초록뱀, 레드로버, 아이넷스쿨(현 룽투코리아) 등의 최대주주가 중국 회사로 바뀌었다.

에머슨퍼시픽은 지난달 중민국제자본유한공사로부터 1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고 디지털옵틱은 지난 9월 중국 완슝그룹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받았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차이나 머니의 한국 투자 규모가 작년 하반기 이후 급증하고 있다”며 “올 들어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자본의 인수합병(M&A) 및 지분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20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중국 자본 유입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영역도 콘텐츠, 엔터테인먼트에서 헬스케어, 의류, 정보기술(IT) 부품, 유통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국 자본 유입 소식으로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실제 투자 유치가 이뤄졌는지,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바른전자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설에 지난달 27일과 30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일도 24.13% 뛴 4295원에 장을 마쳤다. 회사 측이 “중국으로부터의 투자유치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임 연구원은 “투자를 유치한 뒤에도 실적 개선 등 구체적인 성과가 언제 나타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근거 없는 소문만 믿고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