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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교체설 잠재우고 핵심 경영진 유임…사장 승진자는 전년 2배
스마트폰·반도체 변화 주고 바이오 등 미래먹거리 육성 의지 드러내


삼성그룹이 1일 실시한 사장단 정기인사를 앞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핵심 경영진 대규모 교체설이 솔솔 흘러나왔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는데다 합병으로 인해 비대해진 삼성물산,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계열사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들어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 하의 실질적인 첫 인사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막상 뚜껑을 연 결과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급격한 변화 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핵심 경영진을 유임시켰고 사장 승진자는 6명으로 전년의 2배로 늘렸다.

40명대로 감소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던 삼성그룹 사장단 규모는 52명으로 1명 주는데 그쳤고 평균 연령은 53.7세에서 54.8세로 오히려 높아졌다.

다만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기존 핵심사업에 변화를 줄 실무형 리더를 새로 발굴했고 바이오와 면세유통 등 신규사업의 새 수장도 임명하면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육성 의지를 담았다.

◇ 삼성전자 3톱 체제 유지 속 핵심사업 실무형 리더 발탁
그룹의 주력이자 대규모 조직개편설이 흘러나왔던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만 놓고보면 '안정 속 변화'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반도체 사업을 맡은 DS(부품), TV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CE(소비자가전),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등 3대 부문 체제에는 변동이 없었고 각 사업부문을 이끄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도 유지됐다.

대신 권오현 부회장이 겸직하던 삼성종합기술원장에 정칠희 부원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탁했다.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 역시 겸직하던 생활가전과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각각 후배 경영진에게 물려줬다.

신임 무선사업부장에는 2014년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으로 부임해 갤럭시S6, 노트5 개발을 지휘하며 갤럭시 성공신화의 한 축을 담당한 고동진 부사장이 승진 발령났다.

윤 사장이 맡던 생활가전부장은 사장급이 아닌 부사장급이 임명될 것으로 전해졌다.

윤 사장과 신 사장이 각 부문을 총괄하도록 하되 실무에 밝고 기술안목을 갖춘 경영자들이 이들을 보좌하도록 한 셈이다.

삼성은 "윤 사장과 신 사장이 그간의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 신규 먹거리 발굴 등 보다 중요한 일에 전념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물산 4인→3인 대표이사 체제로 변화
지난 9월 1일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은 기존 4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3인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그동안에는 윤주화 패션부문 사장, 김봉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 김신 상사부문 사장 등 4명이 각자 대표이사 역할을 했지만 이중 윤주화 사장만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신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과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겸직하던 이서현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을 오롯이 맡게 됐다.

대표이사는 4명에서 3명으로 준 대신 오너가인 이 사장이 패션부문장을 단독으로 맡게 되면서 '전문경영진+오너' 형태의 구조로 바뀐 셈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 경영전략사장을 계속 겸직한다.

앞서 합병으로 인해 비대해진 통합 삼성물산 사장단 수를 줄이거나 최치훈 사장의 부회장 승진설 등이 돌았으나 윤 사장만 자리를 옮기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역시 안정에 무게를 둔 이재용 부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오너가 승진 유보…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강화'
삼성 오너 일가의 승진은 이번에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삼성그룹은 변화를 서두르기 보다는 조직의 안정을 택했다.

한국적 문화에서 아버지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 부회장이 스스로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에 대한 반감도 고려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시 부회장 승진이나 자리 이동은 없었다.

다만 이 회장의 차녀인 이서진 사장은 겸직하던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 자리를 내놓고 삼성물산의 패션부문장을 맡는 자리이동을 했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도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김종중 전략1팀장(사장) 등이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정현호 인사팀장(부사장)과 성열우 법무팀장(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은 기존 체제가 유지되면서 사장 승진자 2명을 배출하면서 이 부회장의 재신임을 받은 셈이 됐다.

◇ 사장단 인사규모는 '중폭'…미래 먹거리 발굴 의지
이번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는 6명이었다.

3명에 불과했던 전년에 비하면 2배 늘었지만 6∼9명 수준이었던 예년과 비슷해 '중폭' 정도라는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승진자는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로 삼성그룹이 특검을 받던 2008년 5월 인사 3명 이후 최소였다.

이후 삼성그룹 사장 승진자는 2009년 초 12명, 2009년 말 10명, 2010년 말 9명, 2011년 말 6명, 2012년 말 7명, 2013년 말 7명, 2014년 말 3명 등이었다.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사장 승진자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설'이 돌았으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예년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공업과 건설 등 일부 계열사 경영진 교체설도 나돌았으나 대부분 유임되면서 한 차례 더 기회를 받게 됐다.

대신 바이오와 면세유통 등 미래 먹거리나 신규사업을 챙겨 새로운 도약을 꾀하는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를 맡아온 고한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삼성그룹의 차세대 성장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 분야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인규 호텔신라 총괄부사장 역시 사장으로 승진해 면세유통사업부문장을 맡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