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인 대표 체제 유지될 듯…미래전략실도 현 체제 지속
올 하반기 삼성그룹 화두의 하나는 ‘인사 혁신’이었다. 올해부터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기차부품 등 부진한 신사업, 스마트폰 TV 등 모멘텀을 잃은 듯한 기존 사업, 엘리엇 사태의 후유증 등을 인사로 풀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지난해 사장단 및 임원 인사폭을 최소화했던 것도 올해는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낳았다. 하지만 인사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사장단 인사는 ‘안정’에, 임원 인사는 ‘변화’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삼성전자 ‘3두 체제’ 유지?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곳은 삼성전자다. 당초 지난 3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권오현 DS(부품)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CE(생활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 중 한 명 이상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모두 유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생활가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온 윤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은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 윤주화 패션부문 사장, 김신 상사부문 사장, 김봉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 등 대표이사가 네 명이다. 이번에 건설과 리조트·건설부문이 합쳐지고 상사와 패션부문도 합병되면서 윤 사장 등 일부가 물러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최 사장은 합병 산파역을 무난히 수행했다는 점에서 부회장 승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올해 퇴임 임원이 많은 만큼 그룹이 승진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이 밖의 계열사에선 전동수 삼성SDS 사장,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정 사장 후임에는 차문중 삼성전자 고문이 내정됐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2013년 하반기부터 사업 재편 및 승계 작업을 해왔다. 이 밑그림을 그리는 곳이 미래전략실이다. 이런 역할 때문에 승계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으로 이뤄진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미래전략실 팀장 6명 중 정현호 인사팀장(부사장)의 승진설이 나온다.

다만 전체적인 사장 승진 규모는 예년보다 적을 것이란 예측이다. 삼성의 사장 승진자는 2011~2014년 7~8명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3명에 그쳤다.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등 오너 일가도 올해 승진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주력 계열사 임원 20% 감축

삼성전자 IM부문의 이모 부사장은 30일 사무실에 들러 짐을 쌌다. 그는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을 떠났다. 이날 삼성전자 각 사업장에서 이렇게 짐을 싼 사람이 300여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1300여명 중 20%가 넘는다. IM부문에서만 전체 임원 400여명 중 100여명 이상이 퇴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주말 해임 통보를 받고 사무실에 들러 짐을 챙겨 갔다고 한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CEO 일부도 이렇게 해임 통보를 받고 사무실을 떠났다.

삼성은 사장단 인사가 끝난 뒤 4일께 임원 인사를 할 예정이다. 예년엔 통상 하루 전 오후 늦게 퇴임이나 승진 여부를 통보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최소 사흘 전 인사결과를 통보하기로 바꿨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사장단 인사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임원들이 짐을 싸느라 수원 디지털시티 등은 하루 종일 술렁였다.

임원 승진자도 지난해(353명)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승진 폭을 최소화하면서 퇴임 임원을 늘려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임원 수가 최대 20%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석/남윤선/정지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