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은 4조원대…피해자 2만명에겐 '과자 부스러기'
먼저 변제 받기 위해 다툼 치열…710억원 놓고 이미 소송


조희팔 최측근인 강태용(54) 검거로 7년만에 희대의 다단계 사기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피해 회복은 요원하다.

15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조희팔은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나중에 범죄가 드러날 것에 대비해 호텔, 백화점 등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고철수입, 요트 등 사업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것으로 알려졌다.

4조원대라고 하는 사기 규모를 봤을 때 조희팔이 현금과 함께 부동산 매입, 사업투자 등 명목으로 빼돌린 자금은 국내에서만 수천억원대이고 중국, 동남아 등 외국까지 따지면 조 단위에 이른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이 지금까지 계좌추적 등으로 밝혀낸 조희팔 은닉자금은 1천200억원 뿐이다.

이 가운데 당장 피해자들에게 배분할 수 있는 현금 재산은 조희팔 자금을 은닉했다가 사법 처리된 한 고철업자가 법원에 공탁한 710억원 정도다.

공식 피해자 2만4천599명이 기껏해야 한 사람당 평균 280만원씩 나눠가질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한 푼이라도 더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은닉자금 추적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최근 대구지검과 대구지방경찰청은 조희팔 아들, 내연녀, 측근 등 10명 안팎의 공범을 붙잡아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계좌를 추적하는 등 강도높게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차명계좌를 만든 뒤 계좌를 수차례 옮기거나 양도성예금증서 형태로 거액의 조희팔 범죄수익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은닉한 자금이 없거나 모두 써버렸다"며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져 은닉재산 찾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거액의 은닉자금이 여러 사람 이름으로 차명 계좌에 들어있으면 조희팔 자금인지 규명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자칫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 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조희팔이 실제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자금을 은닉한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게 더 어려워져 범죄 수익금 찾기는 큰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당한 액수의 조희팔 은닉자금을 찾아낸다 해도 사기 피해액이 수 조원대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기에는 턱 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들끼리 먼저 피해 변제를 받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많다.

조희팔 자금을 은닉한 고철업자 A씨가 법원에 공탁한 710억원 배정을 놓고 벌써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10년 조희팔과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피해액을 확정 판결받은 280여명이 나머지 피해자 1만6천여명을 상대로 공탁금 우선 배정을 주장하며 지난해 12월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 숫자가 2만명에 가깝다보니 소송 제기 1년이 다 되도록 소장을 송달하는 것도 끝내지 못했다.

재판을 언제 시작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1심 판결 뒤 피고들이 불복해 항소하는 등 지루한 법정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조희팔 은닉자금이 새롭게 드러날 때마다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어 피해자들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사기 피해자 A씨는 "돈을 먼저 찾기 위한 소송에 휘말린 피해자에게서 소송 비용을 대느라 다시 허리가 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사건 초기에 조희팔 일당을 붙잡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