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G20, 모두가 이기는 게임의 룰 만들어야
이번 주말,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G20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터키 안탈리아에 모인다. G20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 질서에 관한 최상위 협의체 역할을 하고 있다. G20는 국제경제 질서의 리더십이 ‘선진국 독점’에서 ‘글로벌 분점’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핵심 플랫폼이기도 하다.

G20가 금융위기 당시에 맡은 책무는 자명했다. 당장의 불을 끄고, 피해를 복구해야 했다. 이후 몇 년이 흘렀다.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최상위 협의체인 G20의 지금 책무는 무엇일까. 나는 ‘저성장 극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이라고 본다. 저성장은 금융위기보다 더 근본적인 위기다.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기업의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경제의 잠재성장률도 위기 전보다 0.5~2%포인트 하락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각각의 나라가 각자도생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파이가 한정된 상태에서 누군가 더 가지면 누군가는 더 잃게 마련이다. 제로섬 게임이어서다. 이겨도 승자의 몫이 크지 않다. 더구나 우리는 대공황 때 각국이 ‘나부터 살고 보자’며 취한 경쟁적인 보호무역조치가 세계교역을 급감시켜 공멸로 치달았던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 결국 글로벌 정책공조를 통해 다 함께 파이 크기를 키우는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이 유일한 해법이다. G20는 이 포지티브섬 게임의 룰을 만들고,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

한국은 G20가 이런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세계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해법으로 다음 세 가지를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각 국가는 구조개혁을 확실하게 이행함으로써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 거시정책을 시의적절하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구조개혁으로 실력을 키우고,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닫혀가는 글로벌 성장판을 다시 열어젖힐 수 있다.

둘째, 세계적인 연결과 개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다. 국가와 국가를 잇는 인프라 투자 및 국제무역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숨겨진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특히 유라시아는 잠재력을 살리지 못한 기회의 땅이다.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에너지 협력을 가속해 새로운 일자리와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각국의 이런 전략들을 연계한다면 더 많은 시너지를 낼 것이다. 교역 둔화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G20는 무역원활화협정의 조기 발효를 위해 노력하고, 양자 및 지역 무역협정이 다자무역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국제금융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2008년 위기 이후 G20는 위기 예방에 힘써왔지만 결코 안주해서는 안 된다. 위기는 우리가 몰랐거나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부분에서 시작됐다.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 당시 루스벨트는 “경제적 질병은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한 나라의 경제적 건강상태는 가깝든 멀든 이웃 나라들의 관심사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국제 공조를 이끌었다. 내년에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리스크와 유가하락 지속에 따른 산유국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한 국제금융 환경을 반영해 G20 정상들은 더 촘촘하고 견고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G20가 맞닥뜨린 과업은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다. 그러나 일이란 그동안 안 되고 있던 것에 대해 ‘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가 세계경제에 희망을 준 회의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최경환 <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