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이 바이오산업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 권영근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를 초청해 ‘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한 비전’이란 주제의 강연을 들었다.

삼성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며 바이오사업을 키우는 상황에서 사업 현황과 전망 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벌써 세 명의 바이오 전문가가 사장단 회의 강연자로 나섰다.

권 교수는 강연에서 “세계 바이오 시장 규모는 매년 5%씩 성장해 2020년에는 1조4000억달러(약 1619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의 복지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반도체나 자동차산업 규모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바이오산업이 커지면 삼성이 갖고 있는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삼성의료원, 성균관대 의대 등 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했다.다만 바이오산업은 어려운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바이오산업 규모는 19조원으로 세계 시장의 1.7%에 불과하고, 세계 바이오 회사 50위 중 국내 업체는 한 곳도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일본은 한국의 5배, 미국은 60배 수준이라고도 전했다.

권 교수는 “바이오사업은 절대 혼자 할 수 없고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개방형 혁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바이오산업을 키우려면 성장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