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억만장자 수집가가 낙찰…한국인 신홍규씨도 응찰했다 포기
리히텐슈타인 '간호사'는 1천103억원에 팔려

이탈리아의 20세기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의 회화 '누워있는 나부'(Nu couche)가 9일(현지시간) 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천40만 달러(약 1천972억원·수수료 포함 가격)에 낙찰됐다.

전세계 미술품 경매 사상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높은 가격이다.
모딜리아니 '누워있는 나부' 1972억원에 낙찰…역대 2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미술품 수집가인 잔니 마티올리의 딸 라우라 마티올리 로시가 내놓은 이 작품은 경매 시작 후 9분간의 열띤 입찰 끝에 주인을 찾았다.

모딜리아니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누워있는 나부'는 그가 1917∼1918년께 캔버스에 그린 유화로, 붉은 색 소파 위 파란색 쿠션에 누워있는 나체의 여인을 담았다.

당시로서는 대담한 작품이었던 탓에 프랑스 파리에 처음 전시됐을 때부터 거센 논란이 일었고, 군중이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창밖에 몰려든 탓에 경찰이 전시 폐쇄를 명령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경매업체 크리스티가 '예술가의 뮤즈'를 테마로 마련한 이번 특별경매에 이 작품이 올려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이 쏠렸다.

경매 전 예상가는 1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이날 7명의 입찰자가 경쟁적으로 호가를 높였다고 WSJ는 전했다.

한국인 미술품 딜러 신홍규 씨가 1억4천만 달러(약 1천620억원)를 불러 한때 낙찰되는 듯 했으나 중국 상하이의 롱미술관 설립자인 미술품 수집가 류이첸과 왕웨이 부부가 전화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 결국 작품의 주인이 됐다.

이들 부부의 입찰 가격을 듣고 신씨는 고개를 흔들며 포기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작품을 낙찰 받은 류씨는 택시 운전사 출신의 억만장자로, 최근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걸작들을 사들이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 큰손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크리스티에서 티베트의 태피스트리를 4천500만 달러에 사갔으며, 그 전에는 소더비에서 명나라 도자기 잔을 3천630만 달러에 낙찰 받았다.

류씨는 WSJ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미술관은 생긴지 2∼3년밖에 되지 않아 주로 중국 전통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며 "이번 구매가 세계적 걸작을 수집할 좋은 기회이자 우리 미술관의 새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누워있는 나부'의 낙찰가는 전세계 미술품 경매 사상 두 번째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그림은 파블로 피카소(1881∼1973년)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로, 지난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천936만5천 달러에 낙찰됐다.

모딜리아니의 작품 중에서는 지난해 뉴욕에서 7천만 달러(약 810억원)에 팔려나간 1911∼1912년작 조각 '두상'을 뛰어넘은 최고가다.

이로써 모딜리아니는 전세계 미술품 경매에서 작품이 1억 달러 이상에 거래된 예술가들의 목록인 '1억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1억 달러 클럽'의 기존 멤버로는 피카소(3회)와 프랜시스 베이컨, 알베르토 자코메티(3회), 앤디 워홀, 에드바르 뭉크가 있다.

한편 이날 경매에서는 미국 뉴욕의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회화 '간호사'(Nurse)가 9천537만 달러(약1천103억원)에 낙찰돼 리히텐슈타인 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리히텐슈타인은 삼성 비자금 의혹에 휘말렸던 작품 '행복한 눈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로, 기존 최고가 작품은 2013년에 5천600만 달러에 팔린 '꽃 모자를 쓴 여인들'이다.

이들 작품을 비롯해 이날 귀스타브 쿠르베, 폴 세잔, 요시모토 나라 등의 34개 작품이 경매에 올라 이중 24개 작품이 총 4천9천140만 달러에 거래됐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