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편. `악마와의 키스`를 재선택하는 각국 중앙은행…`유동성 장세` 재현되나?







최근 들어 각국의 중앙은행이 일대 변신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돈을 다시 풀 조짐이다. 갈수록 각종 현안을 풀기 위해중앙은행 역할이 커지는 만큼 이 변화는 경기와 주가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가장 큰 변화는 통화정책 관할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점이다. 이른바 `그린스펀 독트린` 과 `버냉키 독트린` 간의 논쟁이다. 정책금리 변경과 같은 통화정책은 원칙적으로 부동산, 주식 등과 같은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 (Fed) 의장의 신념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후 밴 버냉키 전Fed 의장은 통화정책 대상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닛 옐런 현 의장은 실제로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처럼 실물경기와 자산 가격이 따로 노는 여건에서는 통화정책은 반드시 자산시장을 반드시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버냉키 전 의장과 옐런 현 의장의 신념이다.



통화정책 관할범위가 확대되면 적정금리 산출방식도 변경될 수밖에 없다. 특정국의 금리는 소비자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와 비교해서 적정성을 따지는 피셔 공식이 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테일러 준칙은 중앙은행이 물가와 성장 등 여타 거시경제 목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었는지를 알 수 있다.



테일러 준칙은 실질 균형금리에 평가기간중 인플레이션율을 더한다. 여기에 평가기간중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반응 계수(물가 이외의 성장 등 통화당국의 정책의지를 나타내는 계량수치)를 더한다. 그리고 평가기간중 경제성장률에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 계수를 곱한 후 모두 더해 산출한다.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방식도 변경돼야 한다. 밀턴 프리드만과 같은 통화론자들은 특정국이 정책금리를 변경할 때 `통화 준칙(monetary rule)`에 의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를 테면 한국은행의 목표 상한선이 3.5%일 때 이보다 물가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려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 통화준칙의 핵심이다.



하지만 물가 이외의 다른 목표가 더 우선시될 경우 정책금리 변경을 안 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에 의한 기준금리 결정방식이다. 갈수록 `법치(法治)`보다는 `인치(人治)`에 의한 기준금리 결정방식이 힘을 얻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목표선을 웃도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위기극복을 위해 정책금리를 내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같은 맥락에서 버냉키 Fed 전 의장이 금융위기 직후 언급했던 두 가지 내용이 주목된다. 하나는 경제전망 시기를 종전의 `반기` 기준에서 `분기`로 단축시킨 점이다. 최근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예측 여건에서 각종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는 추세를 반영하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금융위기 이후 고질적으로 문제가 돼 왔던 Fed의 예측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의도에서다.



다른 하나는 `정책금리 사전예고제`다. 매 분기 경제전망이 발표될 때마다 3분기 후의 정책금리 수준과 필요할 경우 2∼3년 동안 정책금리 결정방향까지 내놓겠다고 주장한 점이다. 당시에는 `버냉키의 만용`이라 불리울 만큼 비판을 받았으나 이 조치를 자세히 뜯어보면 깊고 많은 내용이 함축돼 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정책금리 경로가 제시된 점이다.



경기나 증시 입장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가 수정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있는 만큼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론자들은 경기부양 등과 같은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악마와의 키스`라 할 정도로 금기(taboo)로 여겨 왔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물가는 추세적으로 안정되고 있다. `D` 공포를 우려할 정도다. 이런 시대에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만을 고집하기보다 위기극복, 경기회복 등과 같은 다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 `악마와의 키스`가 `천사와의 키스`로 대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추세적으로 물가가 안정된 시대에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다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 `악마와의 키스`가 `천사와의 키스`로 대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버냉키 Fed 전 의장은 앞으로 중앙은행은 `물가목표제(inflation targeting)` 뿐 아니라 `성장목표제(growth targeting)`, ‘=`고용목표제(employment targeting)`를 함께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보다는 경기를 부양하는 쪽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Fed는 2012년 12월 회의부터 전통적인 목표인 물가안정과 함께 고용창출을 양대 책무(dual mandate)로 설정해 운영해 오고 있다. Fed 창립 이후 100년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오히려 재닛 옐런 현 Fed 의장이 통화정책의 잣대로 삼고 있는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에서는 물가안정보다 고용창출을 더 중시한다. 최적통제준칙이란 양대 책무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정책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준칙에 따르면 고용창출에 도움될 경우 물가가 목표치를 일시적으로 벗어나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전통적으로 물가안정을 중시해 왔던 유럽중앙은행(ECB)이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취임한 이후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설령 물가가 불안한 상황에서도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면 정책금리를 내려왔다. 유동성 조절정책도 미국처럼 국채매입을 통해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그 규모를 늘려가는 중이다. 올해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매년 600억 유로씩 공급하고 있다. 올해 12월에 예정된 ECB 회의에서는 이마저도 늘려 나가겠다는 의도다.



우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각국 중앙은행이 `천사`보다 `악마와의 키스`를 선택함에 따라 풀린 돈이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여건은 괜찮다. 재정건전성, 완충자본 확충능력 등도 단기간에 쉽게 악화될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같은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우리의 해외시각을 개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만큼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 여부는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정책당국과 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특히 정책당국은 금융 스트레스 지수, 모리스 골드스타인 등 각종 위기판단지표로 가능성이 낮게 나오는 데도 대외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위기설에서 자유롭지 못한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여러 요인 가운데 여야 간 갈등, 잦은 정책변경, 정부에 대한 신뢰부족, 부정부패, 좀비기업 연명 등으로 시스템 위기극복이 지연되는데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점만 보완되면 외국자금의 추가적인 유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에서 기대하는 유동성 장세도 다시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경제 전망과 경기 침체·디플레이션 발생 확률 분석

(라틴 5개국: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자료 : IMF World Economic Outlook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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