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쉬움 남는 강소기업 '맨해튼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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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취재수첩] 아쉬움 남는 강소기업 '맨해튼 행사'](https://img.hankyung.com/photo/201510/02.6935856.1.jpg)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가 뉴욕에서 열었던 이런 종류의 행사는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섭외한 투자자들을 모아 놓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믿고 투자해 주십시오”라고 설명하는 게 거의 전부였다. 낯선 단체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사모펀드와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나는 게 정해진 수순이었다.
이날도 초반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모든 준비가 돼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투자해달라”고 강조했고, 차별화된 투자환경을 묻는 질문에는 “토털 원스톱 서비스와 투자 기업을 위한 생태계를 제공하겠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밋밋하게 진행되던 이날 행사에 생기가 돈 것은 기업들이 직접 발표에 나서면서였다. 그동안은 지자체가 “우리 지역에도 이런 유망회사가 있다”며 자료를 뿌리는 식이었지만 이번에는 기업 관계자들이 함께 참가해 회사를 소개했다.
이날 참석한 20여명의 미국 벤처캐피털 관계자들도 원에스티와 동인광학, 한국티씨엠 등 롤러베어링 제조와 광학렌즈, 유전자진단 기술을 가진 한국 중소기업들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한 파이낸싱 컨설팅회사 관계자는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내용도 흥미로웠고 발표자의 막힘 없는 영어 실력에 놀랐다”고 말했다.
“훨씬 더 프로다워야 한다”는 충고도 나왔다. 발표자료 파일이 열리지 않아 허둥대고, 한 회사당 설명이 20분 이상 늘어지는 것은 ‘낙제점’이라는 것이다. 경영권 인수가 가능한지를 묻는 기본적인 질문에 준비가 안돼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행사 이름대로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회사에 투자를 해달라는 것 아닌가요. 그러면 더 철저히 준비를 해서 와야 합니다. 은행 대출을 받으러 온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동안의 지자체 일회성 행사보다는 한 단계 나아졌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