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전현직 공무원 4명 입건…행정심판위원장 인용 유도 발언 확인
"학생 이용 다중시설 불법 건립 가벼운 문제 아냐…엄중 처벌 방침"


충북 괴산 소재 중원대의 무허가 건축 비리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의 초점이 공직 비리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데 맞춰지고 있다.

25일 청주지검과 충북도 등에 따르면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지난해 12월 15일 열렸던 충북도 행정심판위원회의 비위 여부다.

당시 행정심판위는 농지 전용 허가를 받지 않고 무허가 건축물을 지었다가 괴산군으로부터 철거 명령을 받은 중원대가 낸 행정처분 취소 요청을 순순히 받아줬다.

무단 점유한 땅이 농지인 것은 맞지만 바위가 드러나 있을 정도로 '돌산'이어서 농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농지로 쓸모가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명할 수 있지만 허가를 받지 않고 지은 불법 건축물에 대해 너무 쉽게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충분히 부정한 거래 의혹도 살 만하다.

충북도 자체 조사 결과 이날 행정심판위는 고작 2분 만에 심의·의결을 마치고 중원대 요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점에서 검찰은 행정심판 전 이미 인용 결정을 내린 뒤 이날 요식 행위만 거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행정심판 업무를 책임진 충북도 법무통계담당관 A(56·서기관)씨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도 행정심판위원 명단을 제3자를 통해 중원대에 넘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입건됐다.

A씨가 유출한 명단을 받아 중원대 측에 건넨 이 대학 산하 기관장 B(68·전직 공무원)씨, B씨의 고향 친구로 명단 유출에 관여한 충북도 공무원 C(67·별정 5급)씨도 피의자 신분이다.

A씨는 행정심판위원회가 열리기 전 "중원대 측 청구가 인용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B씨에게 "크게 훼손된 땅을 농지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인용 결정이 날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여 행정심판위원 명단을 넘겨줬다고 한다.

검찰은 이런 A씨가 사전에 인용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 행정심판위가 중원대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의 초점에 행정심판위의 인용 처분이 적절했는지에 맞춰지면서 당시 행정심판위원장을 맡았던 정정순 행정부지사(현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세제실장)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됐다.

검찰은 당시 회의 녹취록을 토대로 정 전 부지사가 행정심판위에서 '바위도 있고, 농지로 볼 수 없으니 인용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별다른 논의 없이 2분 만에 속전속결로 인용 처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정 전 부지사가 중원대 청구를 인용하도록 행정심판위원들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행정심판위가 끝난 뒤 약 2개월 뒤 A씨와 중원대 재단 사무국장 D씨, 문제의 중원대 건물 관련 인허가를 담당한 괴산군 공무원 E(52·6급)씨의 저녁 회동에 참석한 공직자 출신 F 도의원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 관계자는 "많은 학생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을 불법으로 짓고, 무허가 건축물을 합법화하는 과정에서 비위가 있었다면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해 혐의가 드러나면 엄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원대의 행정심판으로 검찰 수사의 무게추가 옮겨지면서 전·현직 공직자들이 무더기로 거명되자 공직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충북도 공무원은 "검찰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공직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며 "부정부패 척결도 중요하지만 공직사회 안정을 위해 검찰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돼 혼란을 최소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