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의 지역물가 조사는 배추, 무, 돼지고기, 밀가루, 소주 등 실생활에서 많이 소비하는 식품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익숙한 품목들이지만 지역에 따라 가격 차는 의외로 컸다.

175mL짜리 캔커피 네 개들이를 살 때 충남에서는 3971원을 내야 하지만 울산에선 2291원이면 됐다. 같은 가공식품인데도 각 판매점의 할인정책이나 유통구조 등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이란 얘기다.

○소고기값이 대전 물가 올려

소비자원은 지난 6~16일 전국 대형마트 122곳, 전통시장 25곳에서 파는 소고기 돼지고기 라면 우유 등 20개 품목의 가격(4인 가족 기준 같은 분량)을 합산해 ‘장바구니 물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비싼 곳은 대전(16만8600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북(16만8039원) 서울(16만6506원) 강원(16만6148원) 제주(16만5079원) 등의 순이었다. 대도시인 7개 특별·광역시의 물가는 평균 16만3313원으로 시·도 지역(평균 16만2700원)보다 다소 높았다.

소비자원은 중부 지방인 대전에 관공서나 기업의 출장소가 많아 일부 가격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전의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소고기였다. 소고기(등심 1+등급) 1000g을 살 때 대전에선 9만9330원이 들었다. 가장 저렴한 전북(8만6680원)과 14.6%(1만2650원) 차이가 났다. 축산물 가격은 유통구조에 따라 차이가 큰 데다 그중에서도 소고기는 비싼 품목이라 지역 물가에 미친 영향이 컸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고기는 중요한 육류지만 가격이 비싸 일반 가정의 소비가 적은 편”이라며 “소고기를 뺀 장바구니 물가가 체감물가에 가까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원은 라면 맥주 밀가루 비싸

소고기를 뺀 19개 품목으로 장바구니를 꾸려 보니 결과가 조금 달랐다. 제주(7만2949원)가 가장 비쌌고 강원(7만2228원) 부산(7만2125원) 경북(7만1599원) 등의 순이었다. 가장 저렴한 지역은 경남(6만5687원) 경기(6만7391원) 광주(6만7636원) 등이었다.

제주와 강원 지역의 물가가 높게 나타난 원인으로는 물류 비용이 꼽혔다. 육지와 떨어진 섬이거나 산간 지역이 많다는 특성에서다. 강원 지역은 최고가 품목이 7개로 가장 많았다. 라면(5개·3411원) 맥주(6캔·8963원) 밀가루(1000g·1664원) 소주(360mL·1186원) 쌈장(500g·3547원) 카레(100g·1925원) 콜라(1500mL·2483원)가 16개 권역 가운데 가장 비쌌다.

한국은행 지역본부 분석에 따르면 강원 지역은 곡물이 원자재인 밀가루, 사료 등의 소비가 많아 곡물 원자재값 변동에 특히 취약했다.

제주에서 돼지고기(삼겹살 1000g) 가격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2만3350원으로 경기(1만8053원)보다 29.3% 높았다. 제주에선 일반 고기보다 비싼 흑돼지고기가 주로 팔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캔커피, 충남↑ 울산↓

경북의 장바구니 물가가 높은 원인으로는 유통구조가 지적된다. 한은 지역본부 관계자는 “농촌이 많은 경북은 ‘밭떼기(선도거래)’가 아직 많고 유통 계열화가 늦은 편”이라며 “농산물 가격 변동에 취약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은 지역별 공급 상황에 따라 가격 등락이 컸다. 배추는 울산(3420원)의 가격이 경남(2170원)보다 57.6% 높았다. 무 역시 충북(1878원)과 광주(1245원) 사이에 50.8% 가격차가 벌어졌다.

장바구니 물가가 가장 낮은 경남은 최저가 품목 역시 가장 많았다. 배추를 비롯해 라면(2873원) 맥주(7688원) 소주(1073원) 설탕(1571원) 카레(1736원)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저렴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