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대표 저자 "민중사관 학자들 집필거부는 바라던 일"

한국 현대사 전공으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교학사) 저자 중 한 명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저지른 아웅산테러와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교과서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고의로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 교수들의 연쇄 집필 거부 선언에 대해서는 "민중사관을 가진 이들의 참여 거부는 바라던 일"이라고 일갈했다.

권 교수는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웅산테러를 한국사 교과서에서 반드시 다뤄야 하지만 교학사를 제외한 다른 7종의 검정 교과서들이 모두 다루지 않았다"면서 "교과서 집필진이 이토록 중요한 사건을 교과서에서 숨겨버렸다"고 주장했다.

아웅산테러는 1983년 10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버마(현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북한의 폭탄 테러로 수행원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권 교수는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의 통치기반을 테러로 붕괴시키려 한 중대 사건인데 어떻게 역사 교과서에 누락될 수 있느냐"면서 "학생들이 열심히 배워야 하는데도 다른 교과서들은 이 사실을 은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들(교학사를 제외한 교과서 집필진)은 이런 사건은 숨기는 것이 좋겠다고 보고 일부러 누락시킨 일종의 '침묵의 공모'를 한 것 같다"며 "향후 국정 교과서에서는 아웅산테러 사건이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아울러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숨진 이승복 어린이 사건도 빠졌고, 특히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은 영부인이 적국의 사주를 받아 살해된 엄청난 사건인데도 누락됐다"며 "하나같이 고의로 은폐한 것"이라고 말했댜.
교학사 교과서가 부실한 내용으로 일선 고교에서 거의 채택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선 "일선 학교가 교학사 책을 채택하려 할 때 좌익이 '떼법'으로 시위해서 못 하게 만들었다"며 "강제성이 개입된 것으로, 시장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역사 교수들이 집단적으로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선언을 하는 것에 대해선 "오히려 바라던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헌법적 가치에 반(反)하는 계급투쟁적인 민중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집필을 거부한다면 이는 오히려 바라던 일"이라며 "민중사관에 입각한 자들은 교과서를 집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향후 발행될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헌법 가치에 충실하면 된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권 교수는 "국민이 합의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헌법"이라며 "국정교과서는 헌법 가치에만 충실하면 된다.

민중사관은 헌법 가치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교과서 국정화에는 반대하지만 헌법 가치에는 공감하는 학자라면 집필에 참여해도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언제까지 학생들에게 국정 역사 교과서를 가르쳐야 하는지를 묻자 "역사 연구자와 시민사회가 모두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공유하게 되면 그때는 국정 교과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권 교수는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자로, 국정 역사 교과서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필진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