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김주환 교수 "정부수립 정통성, 6·25 성격 명확히 규정해야"

현행 검정 한국사 교과서들의 편향성 논란과 관련 정부 수립의 정통성과 한국전쟁의 성격을 온전히 설명하지 않아 '국가수호'의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관심을 끈다.

19일 학계에 따르면 경기대 김주환 교수(정치학)는 작년 여름 '한국보훈논총'에 기고한 '한국사 교과서에서의 국가수호가치 훼손 사례 분석' 논문에서 현행 검정교과서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6·25 전쟁의 성격 규정 미비를 꼽았다.

그는 정부 수립을 가져온 남한의 5·10 총선거에 대해 선거의 4대 원칙을 구현한 민주선거였다고 적시한 교과서가 미래엔·비상교육·교학사 3개뿐으로 나머지 5개는 총선거의 성격과 내용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5·10 총선거에 대응하고 북한 정부 수립에 형식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치른 북조선최고인민회의 선거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을 큰 문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남한 선거가 민주적이었다면 당연히 따라오는 질문인 북한 선거방식이 어떠했을까에 대한 답을 감춰버린다"며 "북조선민주주의민족전선에 의한 한 명의 후보 선정과 흑백함 찬반 공개투표를 통한 99% 찬성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런 선거방식은 주권재민의 원리를 부정하는 '반민주적 폭거'라는 점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교과서가 남북협상에 대해 '분단선거냐 통일선거냐' 식의 구도에 매몰돼 '이승만은 분단세력, 김구는 통일세력'이라는 단순도식으로 학생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김 교수는 "남과 북의 선거가 어떻게 치러졌는가를 대비시켜 알려주는 것은 두 체제의 기본성격을 알려주는 것인데 검정 8종 교과서는 이런 기본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8종 중 5종의 교과서가 6·25의 성격을 빠뜨렸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북한의 교과서 '혁명력사'가 조국해방전쟁, 승리한 전쟁, 혁명전쟁, 세계평화수호 전쟁, 정의의 전쟁으로 규정한 것에 비해 우리 교과서는 6·25의 성격 자체를 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6·25는 북한 침략을 저지했다는 점에서는 승리한 전쟁으로, 대한민국과 민주주의 제도를 지켜낸 점에서 대한민국 수호전쟁이자 정의의 전쟁으로 교과서에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편향' 논란을 불러온 교학사 교과서의 부실한 내용도 비판했다.

"정부수립과 6·25에 대해 국가수호 가치에 부합하게 서술하지도 못했고 다른 교과서들에 비해 내용이 충실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하기보다는 현행 검정제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현 시점에서 국정으로의 회귀는 또 다른 논쟁과 역사해석 독점 시비를 가져올 것이므로 검정체제는 유지하되 최소한의 서술기준을 공유하는 가운데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