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이 2015 프레지던츠컵이 열린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 18번홀에서 페어웨이 벙커샷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 미켈슨이 2015 프레지던츠컵이 열린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 18번홀에서 페어웨이 벙커샷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 골퍼에게 벙커는 OB, 해저드 못지않은 ‘공포’다. 프로는 생각한 대로, 아마추어는 걱정한 대로 공이 날아간다고 했던가. ‘그쪽으로만 제발 가지 말았으면’ 하는 걱정이 클수록 공은 야속하게도 벙커로 찾아든다.

그린 벙커만큼이나 주말 골퍼들을 맥 빠지게 하는 게 페어웨이 벙커다. 잘 맞은 티샷이 페어웨이에 들어갔을 때 더 그렇다. 머릿속엔 ‘파 하기는 글렀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생각 같아선 일명 ‘핸드(hand)웨지’를 꺼내들고 싶지만 보는 눈이 많다.

2015 프레지던츠컵에서 필 미켈슨(45·미국)이 12번홀(파4)에서 보여준 138야드짜리 페어웨어 벙커샷 이글은 그래서 주말 골퍼들에게 ‘묘기’나 마찬가지다. 구력이 40년에 가까운 미켈슨보다야 잘 치진 못하겠지만 실수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가장 피해야 할 게 뒤땅이다. 토핑은 그나마 공이 꽤 멀리 굴러가지만 뒤땅은 벙커 자체를 벗어나지 못할 수 있어서다. 그린 벙커샷과 달리 비거리를 맞추려면 네 가지 포인트를 고려해야 한다.

공을 먼저 때리는 게 첫 번째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얘기다. 문제는 벙커를 양발로 파고들어가 몸을 고정하면서부터 벌어진다. 회전이 불편해지고 스윙 궤도가 가팔라지면서 뒤땅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상체 회전을 평소보다 빠르게 해야 한다. 왼쪽 어깨를 좀 더 빨리 당겨야 클럽 헤드가 모래에 닿지 않고 끌려오면서 공을 먼저 때려주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공의 위치다. 평소보다 반 개 혹은 한 개 정도 오른쪽으로 놓고 치는 게 좋다. 다운스윙 과정에서 클럽 헤드가 공에 먼저 맞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신 공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푸시가 날 수 있으므로 타깃보다 왼쪽을 조준하거나 클럽 헤드를 살짝 닫고 치는 게 유리하다.

네 번째가 클럽을 1~2클럽 길게 잡는 것이다. 풀스윙을 하기 힘들어 비거리가 줄어드는 데다 임팩트 정확도를 높여야 하는 만큼 그립을 평소보다 2~3㎝가량 짧게 잡아 비거리가 한 번 더 짧아지는 점을 보완해주기 위해서다.

다만 클럽 그립을 짧게 잡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공 쪽으로 몸이 쏠려 뒤땅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장재식 프로는 “발로 벙커를 너무 깊게 파고들면 몸의 움직임이나 클럽 회전이 어려워지는 만큼 스윙 때 몸이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의 깊이로만 파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