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의 용기 충전 드라마…뽀글머리에도 '그녀는 예뻤다'
학창 시절 선망의 대상에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학벌과 외모까지 보잘것없이 변한 김혜진(황정음)이 예전 뚱보 찌질남에서 완벽남으로 환골탈태한 지성준(박서준)과 재회하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그들은 동화처럼 아름다운 첫사랑의 추억을 지녔지만 180도 변해버린 서로의 모습 때문에 사랑을 되살리기가 녹록지 않다.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한 혜진은 ‘절친’ 민하리(고준희)에게 자신의 대역을 부탁해 성준과 만나게 한다. 하리는 성준에게 진심으로 빠져든다. 직장 동료 김신혁(최시원)이 혜진을 좋아하면서 ‘사각관계’로 얽혀든다.

성준이 혜진의 상사로 부임하면서 네 사람의 관계는 한층 복잡해진다. 혜진의 ‘숨은 첫사랑 찾기’는 과연 성공할까.

MBC 수목극 ‘그녀는 예뻤다’(연출 정대윤, 극본 조성희·사진)가 시청자들의 연애세포를 자극하면서 지난 15일 9회 만에 시청률 19.1%(TNMS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특별한 매력의 로맨틱 코미디” “황정음의 능청 연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만화책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면서도, 인물들의 사연에 시선이 집중된다” 등의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왼쪽부터 황정음·박서준·고준희·최시원
왼쪽부터 황정음·박서준·고준희·최시원
만화처럼 변화무쌍한 캐릭터들이 ‘스펙 쌓기’ 사회에서 좌충우돌하며 길을 찾아가는 게 인기 비결로 꼽힌다. 황정음은 뽀글 머리에다 주근깨와 홍조 가득한 얼굴로 ‘역대급 폭탄녀’가 됐다. 여배우가 이렇게 망가져도 될까 싶을 정도다.

황정음은 매회 바닥에 넘어지고 길에 드러눕는 등 ‘몸 개그’를 펼치며 웃음을 주다가 어느 날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박서준은 외적으로는 여성들의 판타지 대상이지만 내적으로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지닌 인물을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 어릴 적 뚱보여서 혜진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고, 어머니를 비 오는 날 교통사고로 잃고 헤맸던 상처가 있다.

여기에 능글능글한 입담과 엉뚱한 행동으로 여자 주인공을 쥐고 흔들면서도 배려심이 깊은 ‘4차원 키다리 아저씨’ 최시원과 화려한 패션만큼이나 다채로운 감정을 보여주는 고준희가 가세한다. 하리는 성준을 좋아하는 기쁨과 혜진을 배신한다는 죄책감 사이를 오간다.

주인공들은 스펙을 중시하는 사회의 가치관과 갈등한다. 혜진은 초기에 직장을 잡지 못해 고생하며 자존감이 떨어졌다. 역전된 외모, 보잘것없는 학벌이란 스펙 부족 때문이다. 혜진이 상사인 성준에게 능력을 인정받았을 때 외모가 예쁘게 변해 돌아왔다. 부족한 스펙을 메워줄 자신감이 생긴 덕분이다.

혜진의 친구 하리는 정반대 인물이다. 집안과 학벌이 뛰어나고, 남친도 많은 ‘스펙 좋은’ 여자다. 성준은 유년기에 스펙 부족으로 겪었던 깊은 상처가 남아 있다. 이들은 외적 조건을 상징하는 스펙과 갈등하며 스스로를 속인다. 많은 시청자들이 현실에서 스펙 부족으로 상처를 입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드라마에 빠져든다.

정덕현 방송평론가는 “로맨틱 코미디치고는 시청률이 꽤 높은 이유가 흥미로운 4각 관계에 스펙 쌓기 사회와의 갈등을 잘 혼합했기 때문”이라며 “주인공 남녀의 행보는 외적인 스펙보다 내적인 진가를 알아봐야 한다는 주제를 담아낸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