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된 수사와 은닉재산 환수" 촉구

"감언이설에 속아 돈도 잃고 가족도 잃고...남은 게 없어요."

14일 조희팔 사건 피해자 단체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부산지사에서 피해자 7명을 만났다.

부산 사하구의 석희옥(61·여)씨는 조희팔이 운영하는 부산의 한 센터 센터장이었던 시숙(媤叔)의 제안으로 투자에 나섰다.

가족을 의심할 수 없었다.

시숙은 8개월만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40만원을 들여 의료기기 한 대를 사서 임대하면 하루에 약 1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오는 식이었다.

노후를 준비할 시기였다.

대출금에 딸의 결혼자금을 보태 6억6천만원으로 의료기기 150대를 샀다.

그러던 2008년 10월 30일 통장 잔액이 10만원으로 찍혔다.

시숙은 "나도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쌀을 살 돈도 없어 주변의 도움으로 살아야 했다.

대구에 사는 장금순(67·여)씨는 평생 고물상을 운영하며 모은 노후자금을 한순간에 잃었다.

동네 이웃을 따라 센터 사무실에 들러 농협 통장에 찍힌 입금내역을 보고 믿었다.

4억4천만원을 투자해 의료기기 100대를 샀고 처음 몇개월간 입금된 임대료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제는 폐지를 주워 판 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신세가 됐다.

박춘옥(59·여·대구)씨는 자신이 일하던 식당 사장 아내의 꼬임에 빠졌다.

남편 없이 공사장 벽돌까지 나르며 아들 둘을 키웠다.

"고생 그만하고 편하게 살아야지"라는 말이 달콤했다.

남편의 교통사고 사망보상금 1억4천만원, 아들의 결혼자금 등 3억원을 투자했다.

하동숙(63·여)씨에게는 고향 친구가 의료기기 1대 값을 본인이 부담하겠다며 접근했다.

통장에 매일 임대료가 입금됐고 친정 엄마에게 4천400만원, 서울에 사는 딸에게 1억2천만원을 빌렸다.

사건 이후 딸은 이혼을 당했다.

하씨는 친정엄마,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박영숙(58·여·경남 김해)씨는 남편 몰래 4천400만원을 대출받아 의료기기 10대를 샀다.

화병 탓인지 남편은 지난해 암 수술을 받았다.

현호강(72·대구)씨는 아파트를 잃었고 경남 거제에 있는 딸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대구에 사는 황선희(71·여)씨는 의료기기 30대를 샀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자식들에게도 못 알리고 혼자 끙끙 앓았다.

피해자들은 조희팔의 '오른팔' 강태용 검거를 계기로 통합수사본부 등을 꾸려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바실련 부산지사 대은아(41·여)씨는 "조희팔 검거는 당연한 것이고 은닉재산을 찾아내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바실련 부산지사는 부산지역 피해자 수는 최소 3천명, 피해액은 1조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pitbul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