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하루 앞둔 9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 양국 우호관계를 재확인했다.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은 이날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식 참석과 공식 친선 방문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중국 인민망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축전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개인의 명의로 조선(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전체 당원, 조선 인민에게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고 했다.

또 “최근 몇 년간 김정은 제1비서 동지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의 유훈을 받들어 노동당과 조선 인민을 영도해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적극적인 진전을 이룩했다”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북·중 우의는 영광스러운 전통이 있다”며 “우리는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노동당이 부단히 발전하기를 기원하면서 북·중 우의가 대를 이어 전승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지역과 세계 평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의 당 창건일을 계기로 도발을 방지하고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시 주석이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을 언급한 것은 비핵화가 이들의 유훈이란 점에서 김정은을 향해 비핵화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지역과 세계평화 안정’이란 표현은 5년 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발송했던 축전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북·중 우호를 강조한 대목은 5년 전과 비교해 128자에서 73자로 줄었다. 베이징 관측통들은 시 주석의 이 같은 대북 메시지는 핵불용 원칙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 상무위원은 나흘간 평양에 머물며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류 상무위원은 중국을 이끌어가는 7명의 최고지도부 일원으로 권력서열 5위다. 중국 최고지도부 일원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2011년 이후 4년 만의 일로, 시 주석 체제 들어서는 처음이다.

대표단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40~5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할 것이라고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무인기를 비롯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열병식 때 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정은이 행사장에서 연설할지도 주목된다. 김정은은 2012년 열병식 때 처음으로 20분간 연설했으나 이듬해에는 하지 않았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