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주주에 30% 이상 팔면 경영정상화 MOU 해지될 수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의 경영자율성이 대폭 확대된다.

중동 국부펀드와 진행 중인 지분 매각이 마무리돼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경영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어지면 우리은행은 아예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 측의 건의를 토대로 지분매각 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논의를 거쳐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우리은행을 팔려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고, 그러려면 경영자율성 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우선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와 예보가 맺은 MOU를 완화할 수 있는 요건을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지분율 기준(50% 미만)만 있었지만, 이번에 공적자금 누적회수율(50% 초과) 기준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MOU 체결기관인 우리은행(2000년 12월 체결), 수협(2001년 4월 체결), 서울보증(2001년 6월 체결) 등 3곳 중에 우리은행만 이번에 완화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기관의 공적자금 누적회수율은 각각 64.2%, 0.0%, 28.7%로 우리은행만 5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개선안에 따라 우리은행에 대한 수익성지표 관리는 비용통제 관점에서 결과지표 중심으로 바뀐다.

비용통제지표인 '판매관리비용률(판매관리비/조정영업이익)'과 생산성 지표인 '1인당 조정영업이익(조정영업이익/임직원 수)'을 삭제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추가했다.

이로써 광고선전비 확대와 전략적 지점 개설을 통해 영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인력운영의 자율성이 커지면서 채용이나 구조조정 등에 있어서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했다.

또 중장기 성과 중심의 의사결정을 유도하고자 목표 부여 때 일회성·비경상적 요인을 제외하기로 했다.

일회성·비경상적 요인이란 IT투자, 통상임금판결소송 관련 비용, 인력구조개선비용, 출자전환주식 매각손익 등을 말한다.

이를 통해 실적 변동성을 낮추고 경상이익 위주의 영업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동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목표이행 수준을 평가할 때 경쟁사보다 더 나아진 지표에 대해서는 가점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지표별 과락제를 폐지한다.

MOU 해지 요건도 완화했다.

지금은 예보가 1대 주주 지위를 상실했을 때에 국한되지만, 앞으로는 '과점주주군이 형성되는 등 예보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아니할 경우'에도 공자위 의결을 거쳐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30% 이상 지분을 묶어 파는 기존 경영권 매각 방식 외에 지분 4~10%씩을 나눠 파는 과점(寡占)주주 매각 방식을 도입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 중동 국부펀드와의 지분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 MOU 대상 기관의 실적점검 방식도 입점점검에서 서면점검 위주로 바꾼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수익성지표관리 조항을 뺀 나머지 개선안은 예보의 규정 개정을 통해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사실상 내년부터는 우리은행에 완화된 MOU가 적용되지만, 과점주주 매각으로 예보 지분율이 일정 수준까지 낮아지면 바로 MOU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 이명순 구조개선정책관은 "과점주주 매각 때 매각성공 여부, 과점주주군 형성 여부 등은 매각 결과를 보고 공자위가 판단할 사항이므로 MOU 해지 여부도 공자위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족쇄'가 풀린 우리은행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실질적인 차원에서 MOU가 완화됐다고 보고 있다"며 "민영화를 위한 투자자의 관심을 키우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