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확대를 놓고 일본은행과 시장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확대를 서두르지 않으면서 시간을 벌려는 모습인데 비해 시장은 일본은행이 결국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보유 채권 만기를 늘리는 '지구전'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됐다.

이 때문에 최근의 엔화 강세 구도도 굳혀지는 추세다.

일본은행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익명을 조건으로 1일 블룸버그에 "일본은행 지도부가 즉각적인 양적완화 확대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외 경제 상황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벌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오는 6∼7일 소집되는 일본은행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이사회 이후 오는 30일까지 나올 각종 지표를 일본은행이 주목할 것이라면서, 8월 기계류 주문과 경상 지표, 9월 무역 통계, 그리고 9월의 산업 생산 및 소매 판매 지표가 나오는 점을 상기시켰다.

오는 30일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가 일본은행의 성장 및 인플레 전망치를 새롭게 발표하는 날이다.

블룸버그는 30일에 9월 소비자 물가 지표도 발표된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이 통화 정책에 크게 반영하는 이 지표는 지난 8월 신선 식품을 제외하고 연율로 0.1% 하락했다.

그러나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치는 0.8% 상승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일본 경제 둔화 조짐이 완연함에도 일본은행이 더 움직일지에 대한 전문가 관측도 다양하다고 전했다.

즉, 지난달 초 조사에 의하면 11명은 10월 30일 추가 완화할 것으로 관측했으며, 9명은 내년에나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13명은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더는 확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오는 7일 추가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본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시중은행의 보유 국채 장기화도 일본은행을 골치 아프게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블룸버그가 일본증권거래인협회 집계를 인용한 바로는 지난 8월 시중은행이 만기가 10년 혹은 그 이상인 일본 국채를 1조 1천600억 엔 순매입했다.

이는 11개월 사이 최대 규모다.

이 와중에 예금 대비 여신은 0.673으로, 지난 5월 이후 바닥을 쳤다.

블룸버그는 시중은행의 이런 전략은 실물 경제에 대한 여신 확대를 염원하는 구로다에게 새로운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집계에 의하면 지난 3분기 만기 30년 혹은 그 이상인 채권의 투자 실적은 5년 미만 물의 35배를 넘은 것으로 나타나 구로다를 더욱 난감하게 했다.

만기 20년과 2년 물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도 지난달 24일 109베이시스포인트(1bp=0.01%)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좁혀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런던 소재 스피로 사버린 스트래트지의 니컬러스 스피로 대표는 블룸버그에 "일본은행이 딱딱한 바닥과 돌덩어리 사이에 끼었다"면서 이 때문에 "부진한 인플레 지표로 (시장) 압박이 커짐에도 일본은행이 머뭇거릴 수밖에 없음이 (더욱)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미쓰비시 UFJ 모건 스탠리 증권의 도쿄 소재 무구루마 나오미 선임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일본) 경제가 당장 주저앉지는 않을 상황에서 시장이 추가 완화에 차근차근 대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구도에서는 (일본) 시중은행이 위험을 감수하며 여신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신 "(장기 일본) 국채(보유를 늘릴) 필요성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주저하는 것이 엔화 강세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런던 소재 에미어 댈리 환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일본은행이 (결국) 움직일 것으로 시장이 보기 때문에, 최근 강세로 반전된 엔 가치가 더 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달러 환율은 1일 오전(현지시간) 뉴욕에서 119.72로, 엔 가치가 0.1% 상승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