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약 파는 이야기③]'바이오시밀러의 꿈' 셀트리온,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에 있어 2011년은 최악의 해였다. 그해 10월 실적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투자자들의 오랜 외면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당시 4만원 중반대였던 주가는 2013년 4월 2만5000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5조원대에서 2조원 후반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 23일 셀트리온의 주가는 6만9800원, 시가총액은 8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회계 처리 방식과 사업구조는 동일

2011년 논란이 됐던 것은 연구개발비용의 무형자산 처리,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해외 판권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 문제 등이었다.

셀트리온이 2011년 투입한 연구개발비는 총 1376억원이었다. 이 중 86%에 해당하는 1183억원이 무형자산으로 잡혔다. 상업화 가능성을 감안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를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2011년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은 1793억원에서 610억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또 2011년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총 매출의 98.9%에 달하는 2756억원 규모의 바이오시밀러를 팔았다. 그러나 이 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은 316억원에 불과했고, 재고자산은 2010년 1452억원에서 2011년 4030억원으로 2578억원이 늘었다. 셀트리온이 헬스케어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밀어넣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특성상 통상적으로 6개월 이상의 재고를 쌓아둔다"며 "바이오의약품 공장은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화를 위해 공장을 멈추게 되는데, 이때에도 환자에게는 지속적으로 약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과도하게 재고를 쌓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당시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판매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업화에 실패할 경우 무형자산으로 잡힌 연구개발비가 비용으로 처리되고, 판매 허가를 전제로 쌓았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 처분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었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연구개발비로 1935억원을 썼고, 이 중 64%에 해당하는 1237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잡았다. 2014년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총 매출의 85.8%에 달하는 4041억원의 바이오시밀러 판매 및 용역 매출을 올렸다.

셀트리온헬스케어로의 매출은 전년 대비 1809억원 증가했고, 2014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은 1조1739억원으로 2013년보다 2423억원 늘었다.

논란이 됐던 연구개발비용의 무형자산 처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대규모 재고자산 등은 바뀐 것이 없다. 그러나 셀트리온의 주가는 올 들어 9월23일까지 약 80% 급등했다. 무엇이 바뀐 걸까?

◆ "드디어 바이오시밀러가 팔린다"

오랜 기간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셀트리온의 주가 상승은 올 2월부터 본격화됐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가 유럽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또 같은 달 글로벌 기업 화이자가 셀트리온의 판매 협력사인 호스피라를 인수한 것도 램시마의 기대감을 키웠다. 호스피라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북미 남미 유럽 호주 등의 판매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번 인수합병(M&A)으로 셀트리온은 화이자의 거대 판매망을 통해 램시마를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순항하는 램시마의 판매가 주가에 불을 지폈다. 레미케이드를 보유한 존슨앤존슨은 올 2분기 실적발표에서 미국 이외 지역의 레미케이드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8.5% 감소한 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지역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머크의 1분기 레미케이드 판매는 17% 줄어든 5억달러를 기록했다. 2월부터 시판된 램시마가 레미케이드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 램시마는 유럽에 이어,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호주 등의 판매허가도 따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실적 의혹이 해소되려면 결국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이 증가해야 한다"며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발생하지 않으면 단순한 재고 이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비해 셀트리온의 매출이 훨씬 커, 누가 봐도 진성 매출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상반기에 2500억원 이상, 연간 5000억~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실적 의혹은 해소됐다고 본다"고 했다.

램시마는 연내 미국 판매 승인도 기대되고 있다. 램시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권고를 위한 관절염 자문위원회는 다음달 23일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첫번째 바이오시밀러로 인정받은 백혈구감소증 치료제 작시오는 올 1월7일에 자문위원회가 열리고, 약 한 달 후인 2월5일에 승인을 획득했다"며 "램시마 자문위원회가 예상대로 10월23일에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연내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셀트리온은 이밖에 다른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에 있어서도 선두권에 있어, 당분간 주도업체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한민수의 약 파는 이야기③]'바이오시밀러의 꿈' 셀트리온,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과거 지인의 창업식에서 "사업을 해보니 사기꾼과 사업가는 종이 한 장 차이더라, 성공하면 사업가고 실패하면 사기꾼이 되더라"라며 "꼭 성공해라"라고 얘기한 바 있다. 2011년에서 2015년을 거치면서 서 회장에 대한 평가도 바뀌고 있을 것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