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방문 첫날인 2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와 재계 관계자를 만나 “중국은 외국기업을 포함한 모든 시장 참여자를 동등하게 대우한다”며 중국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미국 측 인사들은 시 주석의 면전에서 작심한 듯 중국 정부정책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시진핑 “다국적 기업정책 규범 존중”

이날 오전 9시30분께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북쪽 에버렛페인필드 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은 저녁 공식 일정으로 미·중기업협의회가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 정책연설을 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의 상당 시간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그는 우선 “시장 개방은 중국의 기본 정책 중 하나”라며 “외국자본 유치에 대한 정책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따르고, 다국적 기업 정책과 규범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시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반(反)독점 조사로 외국자본 기업의 불만이 증폭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단행한 위안화 평가 절하 조치에 대해서도 “경제구조의 개혁 없이 위안화 평가 절하에 의존해 경제 회생을 도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이버 해킹에 대해서도 시 주석은 적극 해명했다. 그는 “중국은 해킹에 연관돼 있지 않고 해킹을 지원하지도 않는다”며 “중국 역시 사이버 해킹의 피해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사이버 범죄와 싸우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데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中에 불만 목소리 높여라” 주문

하지만 이날 만찬에 참석한 미국 기업인과 정부 관료는 중국의 기업 환경에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먼저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부 장관이 분위기를 잡았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 기업은 중국의 투명하지 않은 법과 규제, 변덕스러운 지식재산권 보호, 차별정책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존 프리시 미·중기업협의회 회장은 바통을 이어받아 “중국 정부의 야심찬 경제개혁이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미국 기업이 느끼기에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프리시 회장은 “중국은 아직 많은 분야에서 (외자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철폐하지 않았고 공정경쟁 환경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던 미국 기업인 비중이 2010년 58%에서 최근 24%로 줄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재계 관계자에게 시 주석을 만날 때 중국의 기업 환경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은 그동안 중국당국의 보복을 우려해 침묵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서 문제가 있으면 미국 정부가 도와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자 그동안 쌓인 불만을 쏟아냈다”고 해석했다.

한편 중국 최대 여객기 임대회사 공인주린(工銀租賃)은 이날 시애틀에서 보잉사와 보잉737 여객기 30대 구매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중국민항망이 전했다. 중국은 시 주석 방문 기간 중 보잉사와 총 300대 규모의 항공기 구입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