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18일 “현재 김영란법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농·축·수산업계가 국내 농·축·수산물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내년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농·축·수산물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농·축·수산물 예외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농·축·수산물만 제외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법 체계가 붕괴된다. 이를 제외하면 전통시장을 살려야 하니까 전통시장 상품권을,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하니까 중소기업 제품을 (김영란법에서) 빼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김 의원의 발언에 “법 취지가 상당히 훼손된다. 그런 우려를 하고 있다”고 동의했다.

이 위원장은 금품수수 금지 예외조항인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 등 목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품’의 상한액을 높이는 데는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은 “현재 금품 허용 한도가 7만원 정도인데 현실성이 없다는 말이 많다”며 “가액을 현실화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말씀한 취지는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라서 유념해 연구하겠다”고 답했다.

김영환 새정치연합 의원이 “농·축·수산물 예외가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시행령에 위임한 액수(예외조항 금품액수)를 높이는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