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김무성 견제…최경환·반기문 '주목'
여권의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비박근혜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친박계 견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무성 카드’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는 당내 여론을 확산시키며 물밑에서 친박계 대선 주자를 부각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 특보이면서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지난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유력 대권 주자의 지지율을 모두 더하면 김 대표보다 훨씬 높다”며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낸다면 현재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40%대인 것에 비해 김 대표의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 여당도 대선 후보를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또 “내년 총선에서 4선이 유력한 친박계 의원 중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에 당선된다면 4선이 되는 영남과 충청 지역 친박계 의원 8명 가운데 대선 주자급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영남에서 친박계 구심점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있다. 충청권에서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충북 청주시 상당구)이 4선 고지를 앞두고 있다.

또 충청 출신 후보군으로는 내년 7선 고지에 도전하는 이인제 최고위원도 포함된다. 내년 말 임기가 끝나는 충청 출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반기문 대안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윤 의원은 자신의 전날 인터뷰 발언이 ‘김무성 불가론’으로 해석되자 16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야당이 후보단일화하면 김 대표의 지지도를 훨씬 능가한다는 위기의식을 설명한 것”이라며 “우리도 후보군을 다원화해야 하며 김 대표는 현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의원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 일각에서는 친박계의 김 대표 견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금 친박계의 솔직한 속내가 윤 의원의 입을 통해 나왔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총선을 전후로 친박·비박 간 기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